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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추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못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등록 2017.09.21 1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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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추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못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7월 중순 동영상 촬영, 같은달 말 김 회장 출국
동부 측 "원래 계획된 출국, 시점 겹친 건 우연" 
경찰 "고소인 측 먼저 조사 후 김 회장 부를 것"
미국 체류 길어지면 수사 마냥 장기화 가능성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여비서 추행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준기(73) 동부그룹 회장은 현재 신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

 김 회장의 출국 날짜는 해당 여비서의 고소장이 접수되기 이전이지만, 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찍히고 바로 얼마 뒤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점에서 시점이 공교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동부그룹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의 비서로 근무했던 30대 초반 여성 A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지난 11일이다.

 A씨는 고소장에서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상습적으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고소장과 함께 신체 접촉 장면이 찍힌 동영상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동영상이 찍힌 시점은 7월 중순으로 추정된다. 이후 7월 말 김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했고, A씨는 8월 초 회사를 그만뒀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동영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고소 등 법적 절차가 진행돼 수사 당국이 나서기 전에 미리 몸을 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구심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은 김 회장이 평소 지병이 있어 미국으로 출국했을 뿐, 시점이 겹친 건 우연이라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치료차 출국한 시점이 7월 말인데 원래 출국이 계획에 잡혀 있었고 동영상의 촬영 및 고소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건강이 안 좋아 심각하게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급하게 귀국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귀국 일정은 수사 상황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희를 넘긴 김 회장은 심장과 신장 등이 좋지 않아 과거에도 미국에서 치료 및 요양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에 지병이 있어 치료 목적의 출국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현재와 같이 여론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는 치료가 끝나더라도 곧장 귀국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난 뒤 귀국하거나, A씨 측과 합의해 고소를 취하토록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부그룹은 향후 대응계획에 대해서는 밝힐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성추행은 친고죄(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나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 수사는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은 A씨 및 관련자들의 진술과 동영상 등 증거조사를 마친 후 김 회장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고소인 측 조사가 끝난 상황인데도 김 회장의 미국 내 체류 기간이 길어질 경우 수사가 장기 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현재 고소인 측 조사가 한창 진행중인 만큼 김 회장에 대한 소환 통보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증인이 등장할 수 있는데 이런 참고인들과 증인을 먼저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모든 수사는 절차에 따라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김 회장의 출국이 도피성으로 변질되면 경찰이 검찰에 기소중지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기소중지란 피의자나 참고인이 부재해 조사할 수 없는 경우 이들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수사를 일정 기간 멈추는 제도다.

 동부그룹은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오히려 A씨 측이 일부러 동영상을 찍은 후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다.

 동부그룹 측은 "A씨가 제3자를 통해 100억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다"면서 "100억원은 기본이고 알파의 수준을 봐서 합의 혹은 고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협박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이 정말 억울하다면 치료가 끝나는 대로 즉시 귀국해 사실관계를 직접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어떤 결정을 할지는 미지수다.

 김 회장은 21일 동부그룹 창업 48년만에 전격적으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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