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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되기까지

등록 2017.09.21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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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되기까지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메르켈은 어느 쪽이었을까? 분명 그녀는 동독 동료들 편에 서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들과 연루되지 않고 자신의 일만 했다. 언론은 그녀를 '회색 쥐'라고 불렀다. 그녀는 장관처럼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담배를 피웠다"(168쪽)

영국 코벤트리대학 정치학과 교수 매슈 크보트럽이 쓴 '앙겔라 메르켈'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앙겔라 메르켈, 그녀에겐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05년 총리에 선출된 메르켈은 집권 12년째를 맞았지만 소박한 옷차림, '메르켈리즘'이라 불리는 포용적인 정책 등으로 여전히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자국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그녀는 막강한 영향력을 떨쳐왔다. 201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EU에서의 맹주 역할을 담당하며 우크라이나 분쟁 중재부터 약 100만 명의 난민 수용 등 그 특유의 신중함과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해 난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해온 것이다.

이 전기는 그녀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정치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정치인들은 외교 관례에 맞춰진 완곡한 언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메르켈은 관례를 무시하고 직설적으로 풀어냈다. 제목은 ‘콜은 당에 피해를 입혔다’. 존경이나 충성심, 멘토와의 연대 의식 따위는 묻어나지 않았다. '당은 자립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콜 없이도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썼다. 그가 총 백만 마르크 이상의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인정한 만큼 전 당수와 관계를 끊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마무리했듯 당도 사춘기 아이들처럼 틀을 깨고 집을 떠나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었다."(195쪽)

"그녀의 부모는 내심 러시아어 공부를 격려했음에 틀림없다.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은 메르켈이 당의 방침을 따르고 있음을 전달하는 적절한 방법이자 학년이 올라가면 레프 톨스토이 같은 비판적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부모는 딸의 교육을 전략적으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메르켈은 톨스토이를 비롯한 위대한 러시아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언어를 배우는 그 자체를 즐겼다."(38~39쪽)
'회색 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되기까지

많은 이들이 그녀가 동독에서 자라 자연과학을 전공했고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으며, 때로 성대모사를 즐긴다는 등의 이야기는 쉬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비롯해 이 최신 전기는 이전에 영어권 국가에서 출판된 간략한 메르켈 전기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껏 영어권에서 인용되지 않았던 독일어 자료와 기록보관서 서류까지 검토하며 자료들을 수집해 메르켈의 개인적 이야기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엮어냈다.

메르켈 특유의 성격과 비전을 참신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녀와 또 그녀의 여성 참모들이 어떻게 보수적인 남성 정치인들을 압도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임지연 옮김, 452쪽, 한국경제신문사,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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