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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냄새 났다" 강릉 석란정 화재 방화 가능성 높아

등록 2017.09.22 11: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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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1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문동 S호텔 신축 현장 옆 정자인 '석란정'(1956년 건립)에서 화재가 발생해 석란정이 붕괴되어 있다. 이 화재로 강릉소방서 경포안전센터 소속 故(고)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가 순직했다. 2017.09.17. photo31@newsis.com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1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문동 S호텔 신축 현장 옆 정자인 '석란정'(1956년 건립)에서 화재가 발생해 석란정이 붕괴되어 있다. 이 화재로 강릉소방서 경포안전센터 소속 故(고) 이영욱 소방위와 이호현 소방사가 순직했다. 2017.09.17. [email protected]

【강릉=뉴시스】김경목 조명규 기자 = 소방관 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강릉 석란정 화재는 방화에 의한 범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건 초기에 제기됐던 실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자연적 발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일치된 의견이다.

 22일 뉴시스 취재 결과, 합동감식에 참여했던 관계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난 16일 1차 화재 당시에 출동했던 대원들이 석란정 안에서 '기름 냄새가 났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불이 재발화해 2차 화재 진압을 했을 당시에 석란정에서는 실내 마루 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에 사건 초기 인위적 발화를 의심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화성 물질이 바닥에 뿌려졌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건축 61년 된 석란정의 실내 바닥은 마루였고 마루 밑에는 흙이 깔렸다.

 마루와 흙 사이의 작은 공간에서 잔불이 살아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산불 화재시 다 꺼진 것만 같던 불이 흙 속 심층부에 숨어 있다가 바람이 불어 흙이 뒤집히면서 불씨가 낙엽에 앉으면 재발화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바닥에서 불이 시작됐다면 불길은 목재 기둥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재 기둥의 탄 흔적에서 불이 지나간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관계 당국 관계자는 불이 나아간 방향이 바닥에서 천장인지, 천장 쪽에서 바닥인지 확인해주기를 거부했다.

 ◇쓰다 남은 페인트·시너통 안쪽에 불 붙은 흔적 없어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강원 강릉경찰서 수사관들이 17일 오전 강릉시 강문동 S호텔 신축 현장 옆 정자인 '석란정'(1956년 건립)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 화재로 강릉소방서 소방관 2명이 화재 진압 중 건물 붕괴로 매몰돼 순직했다. 2017.09.17. photo31@newsis.com

【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강원 강릉경찰서 수사관들이 17일 오전 강릉시 강문동 S호텔 신축 현장 옆 정자인 '석란정'(1956년 건립)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 화재로 강릉소방서 소방관 2명이 화재 진압 중 건물 붕괴로 매몰돼 순직했다. 2017.09.17. [email protected]

사건 발생 둘째 날 합동감식에서 발견됐다고 알려진 페인트통과 시너통은 석란정이 화재로 붕괴된 지난 17일 오전 사건 첫날 현장에서 비교적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다.

 경찰은 그날 용기에 시너통에 남아 있던 시너 상당량을 담아 갔다.

 기자가 당일 현장에서 확인한 직사각형 모양의 페인트통에는 관리인 이모(78)씨의 진술대로 쓰다가 남은 흰색 페인트가 굳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

 페인트통 안에는 불이 붙은 흔적이 없었다. 시너통도 마찬가지였다. 이씨가 관계 당국에 진술한대로 집 벽 도색 후 남은 상태로 보관하던 것이었고 불이 붙은 흔적은 없었다.

 시너통 안에 불이 붙었다면 시너가 액체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페인트통과 시너통은 알루미늄으로 된 바깥 면이 새까맣게 탄 상태였다.

 페인트통과 시너통은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숙인 실화 가능성 거의 없어 보여

 노숙인에 의한 실화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인 이씨에 따르면 여름철에 노숙인이 석란정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있어서 수년 전부터 출입문 10곳에 전부 열쇠를 걸어 잠그었다.
 
【강릉=뉴시스】조명규 기자 = 18일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경찰, 소방 등 관계당국(강원지방경찰청, 강원도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17.09.18 mkcho@newsis.com

【강릉=뉴시스】조명규 기자 = 18일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경찰, 소방 등 관계당국(강원지방경찰청, 강원도소방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17.09.18 [email protected]

사건 당일에도 문 10개의 문고리에는 자물쇠가 채워졌다.

 특히 석란정과 약 5m 정도 떨어져 나란히 위치한 곳에서 건축 중인 호텔 시공사 측에서 약 6m 높이의 철제 건축자재를 석란정 둘레에 세운 뒤 가림막을 설치한 탓에 하룻밤 잠만 잘 목적의 노숙인이 다녀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호텔 건축 현장에서 던진 담배꽁초가 석란정 기왓장을 깨고 지붕을 뚫고 들어가게 돼 불이 일어났을 가능성은 거리상 어렵다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계당국, 자연 발화 가능성 사실상 배제

 자연 발화는 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이 화재 조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결론이다.

 이씨에 따르면 20여 년 전 전기세를 내지 않아 한국전력공사에서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고 했다.

 관계 당국도 합동감식에서 석란정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관계 당국 관계자는 "생석회나 깻묵이 저장돼 오래 보관되면서 자연 발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석란정 안에서는 생석회와 깻묵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연 발화 가능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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