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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은하에서' 김나희 "나는 사라져야"

등록 2017.10.05 09: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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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나희 평론가. 2017.10.05. (사진 = Jean-Baptiste Millot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나희 평론가. 2017.10.05. (사진 = Jean-Baptiste Millot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김나희 문화평론가는 믿음직한 인터뷰어(interviewer·인터뷰를 하는 사람)다. 인터뷰이에게 물어본 만큼만 얻어갈 수 있는 이 자리를 거뜬히 맡길 만큼 내공을 지니고 있다.

파리에서 피아노와 법학을 전공한 김 평론가의 인터뷰 주대상자는 클래식음악가. 하지만 영화는 물론 최근 MBC 파업 관련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만큼 전방위적 식견을 자랑한다.

김 평론가가 최근 펴낸 자신의 첫 책인 인터뷰집 '예술이라는 은하에서'(교유서가)는 그녀가 다양한 매체 통신원으로서 진행한 예술가 26인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2012년 3월부터 최근까지 그녀가 만난 80여명에서 영감을 준 이들의 인터뷰를 골랐다. 음악가 필립 헤레베헤·막달레나 코제나·정명훈·백건우·진은숙·조수미·조성진, 영화감독 박찬욱·봉준호·김지운 그리고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김 평론가는 영어·프랑스어 등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다. 언어와 국적이 다른 이들은 그녀가 공 들여 준비한 섬세한 질문에 외면의 예술적인 세계는 물론 어디서도 털어놓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이번 책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최근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실린 영화 '옥자'의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 인터뷰는 세간에 화제가 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에 잠시 들어온 그를 광화문 카페에서 마주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인터뷰이였다.

Q : 인터뷰 준비는 어떻게 하나?

A: "빤한 질문은 안 한다. 우선 공부를 통해 예술가 분들의 예술세계를 다 접하고 가려 한다. 이를 통해 인터뷰이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하려 한다. 절대 질문이 길어서는 안 된다. 대답을 길게 들어야지. 가장 어려운 건 인터뷰이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다."

Q : 학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한 것은 아쉽지 않나.

A : "조성진 씨 같은 사람이 피아니스트가 돼야 한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저 같은 사람이 '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근처에서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어 행복하다. 내가 주체가 아니더라도 다행이다. 사랑하는 대상과 멀어진 것이 아니며 그 사랑하는 대상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Q : 다양한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비결은 무엇인가.

【서울=뉴시스】 '예술이라는 은하에서'. 2017.10.05. (사진 = 교유서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예술이라는 은하에서'. 2017.10.05. (사진 = 교유서가 제공) [email protected]

A : "피아니스트로서 꿈을 접은 뒤 미학, 철학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추상적인 것보다는 언어를 통해 실용적인 일을 하고 싶더라. 피아노는 노력과 정비례로 성취감이 들지 않지만 언어는 상대적으로 노력한 만큼 그 결과가 보이니까. 피아노를 쳐서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웃음) 완벽하게 통역이 가능한 건 영어와 프랑스어다. 독일어는 여행하면서 불편하지 않은 정도.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일본어는 생존 언어가 가능하다.

Q : 평론가이면서 프리랜서 기고가이기도 하다. 장점이 무엇인가?

A : "인생이 짧은데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제 자신에게 좀 더 영감을 주거나 기쁨을 줄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거절한 것도 많다. 나다움을 잃지 않고 정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쓰는 일은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공과 진심을 들이려고 한다. 예술가들의 생각을 담아내는 데 엄격할 수밖에 없다. 음악원에 다니던 시절 선생님은 집에서 연습할 때도 옷을 갖춰 입고 화장까지 하신다고 했다. 태도와 자세가 연주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일 거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항상 준비하고 집중해야 한다."

Q : 인터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

A : "나는 사라져야 한다. 글을 기록하는 사람으로만 남아야 한다. 나를 투영하지 않고 왜곡 없이 인터뷰를 담는 것이 중요하니까.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님은 영화만 보고 괴짜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분만큼 신사적이고, 인격적으로 완성된 어른을 본 적이 없다. 예술 작품과 사람을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지. 인터뷰어가 신을 드러내는 순간 그 자체가 왜곡이 된다. 인터뷰를 읽고 사람들이 나를 기억 못 했으면 좋겠다."

Q :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예술가가 있다면?

A :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케. 오페라 연출도 그 분답게 하는 멋진 예술가다. 아직 독일어가 부족하지만 독일어로 그 분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 예술가의 모국어로 인터뷰하면 그의 내면세계와 더 깊게 교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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