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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셔틀버스 운행에 식대 지원' 숙소 폐지가 낳은 풍경

등록 2017.10.15 08: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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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셔틀버스 운행에 식대 지원' 숙소 폐지가 낳은 풍경

오리온,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숙소 폐지
저연봉 선수들, 지원책은 없나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구단 셔틀버스를 타고 농구장에 출근한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은 2017~2018시즌부터 숙소를 폐지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다.

10개 구단이 지역 연고제 확립을 위해 이번 시즌이 끝나면 전면적으로 숙소를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오리온이 가장 먼저 이번 시즌부터 시행했다.

개막전이 열린 14일 오리온 선수들의 일정은 어땠을까.

구단은 선수들의 편의를 고려해 고양시에 거주하는 선수에 한해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고양시 숙소(아파트)에서 합숙생활을 했던 지난 시즌까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김도수, 허일영, 문태종 등 유부남과 집이 먼 선수들은 일반 직장인처럼 스스로 출퇴근한다. 최진수처럼 미혼 선수들과 외국인선수들은 대부분 체육관에 인접한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기존 숙소에는 추일승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4명만 산다. 전력분석원, 트레이너 등 스태프들도 모두 출퇴근한다.

김태훈 오리온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농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합숙생활만 했기에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 "경기가 있는 날에는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고 했다.

구단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식사다. 합숙생활을 할 때에는 제 때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매달 식대를 20만~30만원 지원하기로 했지만 잘 챙겨먹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오전 운동을 앞두고 샌드위치나 영양빵, 도시락 등을 제공한다. 점심은 단체로 모여서 먹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국장은 "최근에는 부모님들이 밑반찬을 보내줘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선수들의 입장은 어떨까. A선수는 "기존에 출퇴근하던 선수들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연봉이 적은 선수들은 곤란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연봉이 적은 선수들은 집세와 식비, 교통비 등으로 적잖은 지출을 해야 한다. 오리온의 몇몇 선수들은 부담스러운 집세를 분담하기 위해 마음 맞는 선수끼리 집을 얻어 살기도 한다.

그동안 프로임에도 숙소 생활을 통해 선수들을 통제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운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이뤄졌는지, 10개 구단이 정확히 뜻을 모은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구단별로 입장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모든 구단이 숙소를 폐지해야 하지만 모 구단은 '벌금을 내더라도 숙소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또 다른 구단은 "숙소 생활을 희망하는 선수에 한해서 일정 비용을 받고 숙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관계자는 "지역 연고제를 확립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숙소 폐지를 결정했지만 결국 구단들의 경비 절감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보면 맞다. 숙소를 폐지한다고 해서 비수도권 구단(전주 KCC·원주 DB·울산 현대모비스·창원 LG·부산 kt)과 소속 선수들이 연고지를 생활권으로 둘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현실성 없는 보여주기 행정일까. 아니면 과도기일까. 명암(明暗)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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