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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악취에 무단투기에···’ 가축분뇨로 몸살 앓는 제주

등록 2017.10.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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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제주 한림읍 주민 300여명이 29일 오전 한림읍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갖고 제주도를 상대로 축산악취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17.08.29.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제주 한림읍 주민 300여명이 지난 8월29일 오전 한림읍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열고 제주도를 상대로 축산악취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송구스럽습니다.”

 지난 9월 제주도 환경당국 및 축산당국 관계자들이 도민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제주시 한림읍 일부 양돈농가에서 지난 2013년부터 8000여t에 이르는 가축분뇨를 빗물이 땅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지하수 통로인 숨골에 불법 배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지하수가 유일한 상수원인 제주 지역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16일에는 도 자치경찰단이 가축분뇨를 공공수역에 불법 배출한 혐의로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A농장 대표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농장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3년이 넘도록 2600t에 이르는 돼지분뇨를 무단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치경찰은 또 다른 양돈농가 4곳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 키워”

 잇단 축산분뇨의 숨골 무단투기 사태는 행정의 방만한 관리에 따른 예견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도민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도의원들은 관련 처벌 근거 및 중장기적 대책 등의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우범(더불어민주당· 남원읍) 의원은 17일 도 농축산식품국을 상대로 한 행정사무 감사에서 “축산분뇨 (불법배출)사태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제주 도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땜질식이 아닌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정화(바른정당· 서귀포 대천· 중문· 예례동 )의원은 지난 9월 제354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양돈농가의 비양심적인 행태에도 있지만 행정에서 해당 농가를 상대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데에도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축산분뇨 배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행정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단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달 “제주도에는 축산폐수를 관리하기 위해 ‘가축분뇨전자인계시스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축산분뇨의 무단방류 사태가 일어난 것은 제주 도정의 직무 유기를 방증한다”며 이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자치경찰이 적발해 낸 양돈장 분뇨 불법배출에 사용된 PVC 호스 사진. (사진= 제주자치경찰 제공)

【제주=뉴시스】지난 16일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적발한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양돈장 분뇨 불법배출 현장 사진. (사진= 뉴시스DB))


◇축산악취 민원, 행정의 해결 의지 부족으로 매년 증가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 역시 수년간 제주 지역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축산악취의 저감은 원희룡 도정이 내세운 4대 농정혁신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도는 지난 2015년 양돈장 냄새저감 혁신 3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악취 모니터링 시설 및 관리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도는 악취 저감을 위해 올해 164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도가 지난 8월부터 지난 9월22일까지 ㈔한국냄새환경학회에 의뢰해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악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50개소 중 47개소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농가는 적게는 기준치에 비해 15배에서 많게는 66배 이상을 초과한 곳도 있었다.

 축산악취 민원 역시 지난 2014년 306건, 2015년 573건, 2016년 668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배경에는 행정의 의지 부족으로 인한 일관성 없는 정책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창옥(무소속· 서귀포 대정읍) 의원은 지난 9월 도정질문에서 “원희룡 도정이 축산악취 저감을 농업 부문의 주요 과제로 꼽으며 지난 2014년 이를 위해 TF팀을 만들어 관련 매뉴얼도 마련했지만 지난 2016년에 갑자기 없어졌다”며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도,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악취저감 관리구역 지정

 가축분뇨와 관련한 도민 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축산분뇨 무단 배출을 하다가 적발된 농가에 대해서는 즉시 허가를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불법 농가를 대상으로 원상회복 비용과 부당이득금을 합산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숨골지대에 위치한 양돈농가를 집중 관리하고 지하수 관측정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축산악취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악취관리센터를 설립해 실태조사와 관련 기술 개발 등 관련 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양돈농가가 밀집한 지역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악취 저감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지난 10일 제주도가 발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양돈농가 수는 296개소이며 농가 사육두수는 9월말 기준 55만8086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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