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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추락…중국에도 밀린다

등록 2017.10.23 09:29:23수정 2017.10.23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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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신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각) 러시아와의 첫번째 평가전에서 2-4 패배, 10일(한국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1-3으로 완패했다. 2017.10.15.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신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각) 러시아와의 첫번째 평가전에서 2-4 패배, 10일(한국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1-3으로 완패했다. 2017.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아시아의 호랑이'.

그동안 한국 축구를 대변했던 말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제외하면 세계무대에서 힘을 쓴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만큼은 늘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도 우리를 부러워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칭호를 쓰기가 몹시 어색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부끄러워졌다. 최강은 커녕 3~4위권 유지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늘 우리 아래로 여겼던 중국에도 밀리는 처지가 됐다. 한국 축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아래 한국

 2017년 10월은 한국 축구사에 쓰라린 아픔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은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9월(51위) 보다 11계단이나 떨어진 62위로 추락했다. 야심차게 떠났던 유럽 원정 2연전 대패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은 지난 7일 러시아(9월 기준 랭킹 64위)와의 평가전에서 2-4로 패했다. 초반 수비 붕괴로 연속골을 헌납하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후반 막판 권경원(텐진 콴잔)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두 골을 넣었지만 큰 위로가 되진 못했다.

사흘 뒤 모로코전에서는 러시아전의 무기력함이 고스란히 재연됐다. 선수들은 모로코 선수들의 개인기에 속절없이 당했다.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드리블 돌파를 막지 못해 공간을 헌납했고, 적극적인 몸싸움조차 시도하지 않으면서 박스 안에서의 칩샷이라는 굴욕적인 장면까지 지켜봐야했다. 결과는 1-3 패배. 심지어 이날 마주한 모로코는 정예멤버도 아니었다. 한국과 만나기 이틀 전 가봉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프리카 최종예선전을 치른 모로코는 사실상 2진급들로 한국 수비진을 허물었다.

올해를 37위로 시작한 한국은 달이 바뀔수록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란이 34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호주가 43위, 일본이 44위에 올랐다. 아시아 4위는 우리가 아닌 월드컵 진출 조차 하지 못한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달보다 5계단 오른 57위를 기록했다. 중국을 추월한 것은 FIFA가 랭킹 산정을 시작한 199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FIFA 랭킹이 실력의 척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기분 나쁜 일이다.

 ▲월드컵 '죽음의 조' 가능성도 제기

 FIFA 랭킹의 추락은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FIFA는 러시아 대회부터 새로운 조 추첨 방식을 도입했다. 대륙별로 포트(그룹)를 분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FIFA 랭킹순으로 그룹을 묶는다. 그 기준이 바로 10월 랭킹이다. FIFA는 10월 랭킹순으로 32개 참가국을 1~4번 포트로 나눈다. 한 포트에는 8개국이 속하며 유럽을 제외한 같은 대륙의 국가가 한 조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뉴시스】박주성 기자 = 5일(현지시간) 오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 대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무승부를 거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확정시킨 후 팬들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2017.09.06. park7691@newsis.com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뉴시스】박주성 기자 = 5일(현지시간) 오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 대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무승부를 거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확정시킨 후 팬들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2017.09.06. [email protected]

한국은 10월 랭킹 추락으로 4포트 진입이 확실시 됐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23개국 중 랭킹이 한국보다 낮은 팀은 사우디아라비아(63위), 러시아(65위) 뿐이다. 이중 러시아는 개최국 자격으로 1번 포트에 포함된다. 만일 3번 포트에 들어갔다면 4번 포트팀을 상대로 1승을 노렸겠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은 타 팀들의 유력한 1승 제물이다. 역대 최악의 '죽음의 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톱시드는 개최국 러시아, 독일(1위), 브라질(2위), 포르투갈(3위), 아르헨티나(4위), 벨기에(5위), 폴란드(6위), 프랑스(7위)로 확정됐다. FIFA 랭킹 관리에 실패한 무적함대 스페인(8위)과 축구종가 잉글랜드(12위)는 2번 포트로 밀려났다. 스웨덴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이탈리아(15위) 역시 2번 포트에 해당한다. 사실상 톱시드나 다름없는 전력을 자랑하는 스페인, 잉글랜드와 한 조에 속한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다.

 ▲남은 기간은 8개월, 시간이 없다

 최종예선에서의 무기력한 경기력과 헹가래 논란, 여기에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 등 연이은 악제로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축구대표팀이지만 어쨌든 월드컵은 치러야 한다. 유럽 원정에서의 반전 실패로 궁지에 몰리면서 당장 안방에서 치를 11월 A매치 2연전이 중요해졌다. 본선에 대비한 실험과 함께 승리로 분위기까지 바꿔야 한다.

가장 손질이 시급한 포지션은 역시 수비다. 신 감독은 FIFA U-20 월드컵과 올림픽대표팀을 거치면서 공격면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수비에서는 큰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럽 원정에서 실험한 변형 스리백도 실패로 귀결됐다. 변형 스리백은 센터백 중 한 명이 상황에 따라 미드필드와 수비를 오가는 이 전술은 스리백과 포백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짧은 연습 기간 탓인지 선수들은 전술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8개월 뿐이다. 실질적으로 손발을 맞출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다. 대표팀은 11월 평가전을 시작으로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1월 해외 전지훈련, 3월 A매치를 소화할 예정이다. 12월과 1월에는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소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정예 멤버가 모두 모여 조직력을 다듬을 기회는 11월과 내년 3월 두 차례 뿐이다. 신 감독은 11월 A매치에서 뼈대를 완성한 뒤 남은 기간 조직력 극대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대표팀 핵심 수비수로 발돋움한 김민재(전북)의 부상 이탈로 인한 대체자로 물색해야 한다.

신 감독은 "11월부터는 수비가 중심이 돼야 한다. 소속팀 경기를 뛰면서, 우리 팀에서도 희생할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하겠다. 수비가 단단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 월드컵에서 우리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월드컵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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