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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 탄호이저 "38년만에 제작…바그너 어려워 성숙시간 필요했다"

등록 2017.10.19 18: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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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로버트 딘 스미스, 미국 출신 테너. 2017.10.19. (사진 = www.photopulse.ch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로버트 딘 스미스, 미국 출신 테너. 2017.10.19. (사진 = www.photopulse.ch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성남문화재단이 26일과 28일~2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Tannhauser)를 선보인다.

184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했다. 궁정 기사이자 음유시인인 탄호이저를 중심으로 북구신화와 기독교, 새로운 예술과 구시대 예술, 독일 고유문화와 세계적 보편문화 등 다층적이고 복잡한 이야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공연하기 힘든 작품으로 통한다. 국내에서 이 오페라를 제작하는 건 38년 만이다. '탄호이저'의 마지막 한국 공연은 1979년 국립오페라단이 한국어로 번안했던 무대다.

유명 바그너 페스티벌로 '바그너의 성지'로 통하는 독일 바이로이트 스타이자 이번에 처음 내한하는 바그너 전문 '헬덴 테너(Helden tenor)' 로버트 딘 스미스가 타이틀롤을 맡아 눈길을 끈다. 헬덴 테너는 오페라의 영웅적 배역을 노래하는 테너를 가리킨다. 헬덴은 독일어로 영웅을 뜻한다.

19일 오전 정동에서 만난 스미스는 "저 역시 이 프로젝트가 도전 과제"라면서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올리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래서 신나고 재미있다"고 기대했다.

탄호이저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자신의 추구하는 바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모두 화내게 만드는 난해하고 까다로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스미스는 "탄호이저를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절대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죠. 그래서 만족을 찾다 문제를 일으키는 거죠.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걸 찾아 헤맵니다. 그는 딱딱한 사회 잘 적응하지 못하고 벗어났어요. 그리고 돌아와서 무리에 섞이고자 하죠. 이번 프로덕션에서 탄호이저는 악역이 아닙니다. 자신만이 길을 찾아가려는 사람이죠."

스미스는 탄호이저를 바그너의 또 다른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주역으로 역시 현실을 만족하지 못해 떠나는 트리스탄과 비교하기도 했다. 다만 "트리스탄은 어떻게 죽을까 고민한 반면 탄호이저는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탄호이저'의 음악 역시 쉽지 않다. 스미스는 "탄호이저의 고뇌가 심하다 보니 음악 역시 부드럽게 넘어가기 보다는 업다운이 심하다"면서 "보컬을 일종의 악기처럼 사용해서 노래를 해야 하죠. 음정, 호흡, 테크닉이 제대로 안 갖춰 있으면 소화하기 힘들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석철, 테너. 2017.10.19. (사진 = 성남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석철, 테너. 2017.10.19. (사진 = 성남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해 바이로이트에 데뷔한 테너 김석철이 스미스와 함께 탄호이저를 번갈아 연기한다. 그는 '탄호이저'에서 중요한 점은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바그너는 탄호이저를 통해 정신적·육체적 사랑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면서 "그는 역시 텍스트와 음악의 균형도 강조했다"는 것이다.

'탄호이저'는 '기사들의 입장 행진곡과 합창', '순례자의 합창', '저녁별의 노래' 등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낭만 오페라'로도 통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리세우극장 음악감독을 거친 독일 지휘자 미카엘 보더는 '탄호이저'에 대한 '로맨티시즘'이라는 수식은 "노래가 듣기 좋아서 붙은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당시의 정서적인 것을 모두 표현했기 때문에 그런 수식이 붙은 거예요. 여러 가지 감정이 다 표현되고 부딪혀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로맨틱한 거죠. 이것이 바그너부터 시작됐습니다. 고뇌와 갈등과 싸움이 다 결합된 상황이죠. 로맨틱하기는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파워풀하고 거친 면이 함께 있는 거죠."

박상연 연출 역시 "여러 가치가 대립하고 충돌하는 한국에서도 유효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바그너는 여전히 한국에서 어려운 작곡가로 통한다.

 이상균 성남문화재단 예술국장은 '탄호이저'가 38년 만에 국내에서 제작된 된 것에 대해 "바그너가 어렵고 제대로 공연할 수 있기 위해 업계와 관객이 모두 성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봤다. 탄호이저를 사랑으로 감싸는 엘리자베트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소프라노 서선영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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