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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흉악범죄로 다시 불붙은 사형제 논란

등록 2017.10.22 0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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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흉악범죄 때마다 사형 요구 목소리 커져
세계적 추세는 '폐지'···한국 '실질적 폐지'
"형법 본질적 기능은 엄벌···사회정의 부합"
"사형이 범죄 줄이는 실질적 효과는 없어"

 【서울=뉴시스】남빛나라 채윤태 기자 = "어린아이를, 그것도 딸 친구를 죽여놓고 본인은 살아있을 수 있나요. 우리나라 법은 너무 범죄자를 보호한다고 생각합니다."

 중학생 딸 친구 살해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와 같은 동네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사람을 죽이면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이 같이 분노했다.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씨 같은 흉악범에게는 형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제도인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흉악범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때마다 '사형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왔다. 지난 2012년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한 오원춘에게 서울고법은 1심의 사형선고를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사형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진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끊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주민들이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다. 2017.10.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주민들이 현장검증을 지켜보고 있다. 2017.10.11. [email protected]


 한국에선 사형이 선고된다 해도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1997년 12월30일 이후 20년 가까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유영철, 강호순 등의 연쇄살인범들도 사형을 선고받은 지 오래지만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 판결이 나왔으면 집행을 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은 법리적으로 보면 법무부 장관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판결문이 휴짓조각인가"라고 반문했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집행은 사형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한국의 사형 집행 중단은 인권 의식의 고양과 맞물려 사형제 폐지로 가는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198개국 중 104개국이 사형을 폐지했다. 한국처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도 37개국이다.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국가를 보면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파키스탄 등 인권 후진국이란 평가를 받는 국가가 다수다. 주요 선진국 중에는 미국(20건)과 일본(3건)만 이름을 올렸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면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국회에서는 사형폐지특별법안이 7차례나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한 번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국민 정서가 사형제 존치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폐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형제 '찬성' 응답률은 70~90% 수준을 기록해왔다. 피해자의 가족을 심적으로 위로하고 흉악범죄를 사회 정의 차원에서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논리다. 사형이 흉악범죄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기대감도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벌의 본질적 기능은 엄벌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게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교도소에 계속 수감하는 것도 사회적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이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7.10.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이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7.10.11. [email protected]


 다만 전문가들은 사형이 흉악범죄를 줄이는 실효적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행을 저지를 당시에는 순간적인 쾌락이나 목표 달성만 생각한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애초에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며 "사형이 범죄를 예방해주리라고 기대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흉악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징벌보다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가 원인이라면 조기 발견과 치료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며 "또 후천적인 사이코패스 양성을 방지하기 위해 가정환경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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