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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를 옮기는 모범 답안…연극 '라빠르트망'

등록 2017.10.22 10: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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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라빠르트망'. 2017.10.2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라빠르트망'. 2017.10.2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라빠르트망'은 원작 영화를 연극적인 문법으로 잘 옮겨낸 모범 답안이다.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이 주연한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1996·감독 질 미무니)이 원작이다.

영화 개봉 21년 만에 고선웅 연출을 비롯한 국내 창작진이 무대 위에 올린 '라빠르트망'은 원작의 아날로그한 감성·미스터리한 정서의 매력을 연극 식으로 잘 재현해냈다.

막스를 짝사랑한 알리스의 거짓말이 나비효과가 돼 인물들의 관계가 엉클어지는 이야기다. 막스와 리자를 비롯 총 6명의 남녀 관계가 복잡하게 섞여 들어간 원작은 사실 연극화가 쉽지 않다. 과거와 현재가 다소 퍼즐처럼 뒤섞인, 말 그대로 영화적이다. 배경 공간도 수시로 바뀐다.

고 연출은 영화의 이야기 얼개는 그대로 가져오되 서사는 사건이 벌어진 순서대로 직행시킨다. '각색의 귀재'로 통하는 고 연출과 함께 '전방위 각색자'로 통하는 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이 공동 각색했다.

여기에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세련된 연출을 더한다. 그 중심에는 회전(턴테이블)무대가 있다. 영화가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으로 긴박감과 속도감을 가져왔다면, 무대는 공간의 이동과 인물의 엇갈림을 회전 무대 위 다양한 동선을 통해 이 매력들을 연극적으로 승화시킨다.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여섯 인물이 저마다 처한 상황을 각자 상징하며 한꺼번에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은 영화와는 다른 정서적 쾌감을 안겼다.

무대는 거의 비우다시피 한다. 여러 공간의 통로로 통하는 빨간 문 하나, 침대·의자·건물 밖 좁은 난간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동형 테이블 두 개 그리고 의자, 옷걸이 정도다. 원색이 무대 전반을 지배하며 세련되고 청량한 미장센을 더한다. 무대 디자인은 오필영 디자이너가 맡았다.

이와 함께 공중에서 다양한 높이로 분주히 오르내리며 얼굴·소품의 클로즈업, 배경 등을 알려주는 창으로 작용하는 스크린 4개는 모던함을 보탠다. 장소영 음악감독이 맡은 음악은 긴장과 낭만을 아슬아슬하게 줄을 탄다.

【서울=뉴시스】 연극 '라빠르트망'. 2017.10.2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라빠르트망'. 2017.10.2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리자와 다니엘 묘사에서 영화 결말과 살짝 다르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돌연 처참한 결말을 맞지만, 연극에서는 두 사람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처럼 묘사된다. 이로써 사랑의 여러 풍경에 대한 여운이 짙어진다.

배우들 역시 호연했다. 막스와 리자를 연기한 TV 스타 오지호와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은 무난하게 연극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리자는 영화에서 벨루치의 화려한 미모로 아우라와 몽환성이 풍기는데 김주원은 꿈결 같은 춤으로 이를 재현해낸다.

이야기의 키(Key)를 가진 알리스 역의 김소진이 중심을 든든히 붙든다. 짝사랑의 설렘, 열등감으로 인한 낭패감 등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연극 제목은 '아파트'라는 뜻의 원어 발음을 살려 '라빠르망'이 아닌 '라빠르트망(L'appartement)'이라고 표기했다.

고 연출이 이끄는 극공작소 마방진과 LG아트센터가 공동제작했다. 오는 11월5일까지 LG아트센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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