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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리 와세다대 교수 "자민당 압승, 日 낮은 정치수준 보여줘"

등록 2017.10.23 11: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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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호리 마키요 와세다대학교 정경학부 명예교수’ 2017.10.23.(사진=중국CNTV캡쳐) 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호리 마키요 와세다대학교 정경학부 명예교수’ 2017.10.23.(사진=중국CNTV캡쳐) [email protected]

"아베, 한일 과거사 문제에 더 강경해질 것"
 "진정한 한일 협력 이뤄질지 우려돼"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이번 중의원 선거 결과를 지켜보면서 일본 국민의 '의혹을 추궁하는 힘', 정치 의식이 얼마나 약한지를 실감했다."

 호리 마키요(堀真清) 와세다대학교 정경학부 명예교수는 23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모리모토 학원 등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쳤는데도 이번 선거로 다시 회생한 것은 "아베 정권이 국민들의 눈을 북한으로 돌린 덕분"이라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호리 교수는 아베 총리가 지난 8월 개각을 단행하고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강경 대처하면서 지지율이 40%대로 회복했지만 선거 기간동안에도 요지부동이었다는 사실은 "국민이 아베 총리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수(233석)이상을 획득하는 등 압승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 비리)의혹을 치열하게 파헤치는 대신 (북한 도발에 적극 대처하는)안정적인 정치를 택하고 마는 일본 국민의 정치 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호리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중의원 선거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한 요인을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아베 총리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안보 불안을 적극 활용해 사학스캔들 등 자신에게 쏠린 비판적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은 야당이 분열돼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아베 총리에 비판적인 국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담아내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여당인 자민당에게 득이 되는 결과만 초래했다.
 이번 중의원 선거는 사학스캔들로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에 빠진 아베 총리가 '북한 도발'을 디딤돌로 삼아 돌파구를 뚫기 위해 전격 단행했고, 이러한 아베 총리의 선택은 적중했다. '내정 문제를 '바깥 문제'로 해결한 것이다. "

-아베 총리가 개헌을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개헌을 더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번 중의원 선거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개헌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자민당 발의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자민당 내에서는 개헌안은 물론 이를 추진하는 일정도 이미 다 정해놓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만큼 더욱 자신감을 갖고 이를 하나씩 실천할 뿐이다."

-연립내각인 공명당은 개헌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데 공명당의 견제 가능성은 없는가?

 "공명당은 개헌에 대해 폭 넓게 의견을 듣고 논의해야한다며 확실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개헌에 대해 절대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자민당의 개헌안에 대해서도 표기에 대한 이견을 가진 정도이다. 그리고 이미 확고하게 개헌을 결심한 자민당에 저항할 힘이 공명당에는 없다."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 국민들의 의견이 부정적이지 않은가? 지난 10일 요미우리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에 대한 반대가 42%, 찬성이 35%였다.

 " 이전 여론조사에는 개헌 반대가 훨씬 더 높았다. 아직까지는 반대가 높지만 나는 일본 국민의 생각이 점차 개헌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번 선거 유세에서 아베 총리가 특히 "북한의 도발로 고생하는 자위대가 불쌍하지 않냐"는 말을 많이 했다. 자민당이 압승한 데에는 아베 총리의 이러한 자위대에 대한 감정적인 호소가 먹힌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는 결국 자위대의 지위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에도 동조하는 분위기로 옮겨갈 것이다. 따라서 확답할 수 없지만 국민투표에서 개헌이 결정될 가능성은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 " 

-입헌민주당이 예상외 약진을 하면서 제2당이 됐는데 아베 총리의 개헌을 견제할 힘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희망적으로 본 것이 바로 입헌민주당의 약진이다. 사실 일본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1강 자민당 체제이다.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정치체제는 집권 여당과 이와 견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야당의 존재이다. 그런데 민진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존재감이 최하 수준이었다.
 야당 연합 이야기가 나오길래 일단 야당이 연합해 1강 아베 체제를 견제하는 반 아베 야당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별로 이념이 다른 것은 야당 연합에서 자유로운 비판을 통해 정리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일단 야당이 대동단결을 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가 진보계열의 민진당 출신 배제 발언을 하면서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을 화나게 했다. 또 이에 반발한 민진당 출신이 입헌민주당을 만드는 등 오히려 야당이 더 쪼개지고 분열됐다.
 다행히 입헌민주당이 작지만 그 역할을 해내면서 제2당으로 약진했고 야당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베 1강 체제에 대항할 힘을 갖출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

-앞으로 한일관계는 어떨 것으로 전망하는가?
 
 "북한 문제로는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용 노동자 문제 등 한·일간 현안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로 자신감을 가진 아베 총리가 앞으로 더 한국에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일관계가 진정한 의미의 협력, 일보 전진이 가능할지 걱정이다. "


※호리마키요 와세다대학교 정경학부 명예교수는 누구?
호리 교수는 정치학자로, 특히 근대 이후 일본의 정치사를 전공으로 하고 있다. 와세다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저서로는 '근대일본의 국가정치', '원전으로 읽는 일본데모크라시(민주주의)' 등이 있다. 현재 와세다대학교 정경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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