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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北과의 전쟁' 발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등록 2017.10.24 10: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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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적절하면 김정은과 만날 수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2017.05.02 

【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적절하면 김정은과 만날 수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2017.05.02

  트럼프-김정은 체면 세워주고 충돌 피할 출구 현재로선 없어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미국 워싱턴의 엘리트들은 오래 전부터 북한과의 전쟁은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 문제를 놓고 거듭되는 혼란과 불협화음이 잇따르면서 이 같은 생각이 변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계속해서 언급하고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비난하면서 미 관리들 사이에서도 북한과 관련한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본토를 강타할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멈추게 하려는 군사행동 가능성이 그만큼 짙어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북한과 관련한 수사(레토릭)을 사용했다. 그는 북한과 관련해선 "우리는 어떤 것이든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분이 믿지 못할 정도로 매우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는지 알면 매우 놀랄 것"이라며 "그런 일(군사행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는가 하고 물으면 대답은 '예'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 대통령이 전쟁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놀라운 일인데다, 전쟁 발발시 베트남 전쟁 이후 가장 큰 재앙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등을 통해 대북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즉각적인 신호는 현재로선 없지만,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암시하는 각종 수사는 계속되고 있으며 외교를 위한 창문은 여전히 좁다.

 북한과 전쟁을 벌여서는 안되는 이유는 인도적, 군사적, 외교적 비용 측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언급돼 왔다. 수천개의 로켓과 포탄이 서울에 쏟아져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붕괴와 대규모 난민 발생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과 중국간 긴장 고조를 위험한 수준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를 경고하면서 미군은 전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나, 의회 구성원들, 전직 국가안보 관리들은 개인적인 대화시 전쟁 가능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연 국면 전환을 위한 활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지난 몇 주간 미국의 대북 접근법을 설명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첫번째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외교적 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의 발언은 무력을 앞세워 대북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 또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결코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은 외교적 입장의 강점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 지난주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억2000만명의 미국인이 핵폭탄에 노출될 수 있는 "최종 단계"에 가까운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번달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위협은 지금은 관리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 위협이 커질 수 있다. 외교가 작동하길 희망하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존 브레넌 전 CIA 국장은 지난주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20% 정도로 추정했다.

 위험 가능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을 통한 새로운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한 것 외에 그 어떤 강력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을 비롯해 아시아를 순방하는 11월에 북한이 새로운 미사일 시험 발사라도 할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아시아 순방 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 단서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쟁에 대한 압박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관련해 더 많은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금융제재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한 북한 고립에 나설지는 미지수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과대평가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견해가 맞다면, 전쟁과 관련한 수사들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으로 가기 위한 자체적인 모멘텀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본토를 강타할 수 있는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김정은 역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결국 현 상황은 북미간 타협이나 외교적 독창성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한이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장착하기 전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로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 역시 가능성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도 현재로선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충돌을 피할 출구가 없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나오는 전쟁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CNN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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