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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독일인 배우' 윤안나·필립 빈디쉬만

등록 2017.11.02 09:57:23수정 2017.11.14 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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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왼쪽),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왼쪽),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연극 연출가 겸 극작가 김재엽(세종대 교수·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대표)의 신작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화'된 이민자 세대인 '파독간호사' 이야기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이 '환도열차' '수상한 수업' 이후 3년 만에 제작하는 창작 초연작으로, 오는 7일부터 12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1968년 9월 해외개발공사에 의해 독일로 이주한 간호여성들을 한국사회는 지금까지 제대로 톺아본 적이 없다. 개별적으로 정체성을 부여하기보다 역사책 속에서 곱게 한복을 입은 '파독간호사'로만 인식해왔다.

김 연출은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를 통해 거대 담론 속 숨겨진 파독간호사 개개인의 삶에 귀를 기울인다.

올해 상반기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연극 '생각은 자유'에 이은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 - 베를린 코멘터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단일 민족' '순수 혈통'의 신화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성찰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전국향, 이영숙, 홍성경 등 재독한인여성을 연기하는 주역 배우들과 함께 독일 국적의 두 배우가 한편에서 또 다른 축을 이룬다. 한예종 연극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자 3년 째 국내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윤안나와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공부(전공 한국학, 부전공 철학)와 연기를 겸하고 있는 필립 빈디쉬만이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생각은 자유'에도 나란히 출연했던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 독일인 수간호사 '마리아'와 독일인 교수 '우베' 역을 독일어로 연기하는 등 다양한 배역을 맡아 김 연출의 '다큐멘터리 연극'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다.

두 배우를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독일인 또는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물었다.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문화를 더 잘 이해하는 듯한 두 사람이었다.
 
Q. 안나 씨는 영화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에 출연하는 등 한국에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떤가? 필립 씨는 '생각은 자유'에 이어 이어 두 번째 작품인데 공부와 연기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 두 사람 모두 어릴 적에 배우를 꿈 꿨나?

A. "독일에는 2월마다 사람들이 분장하는 축제가 있다. 어릴 때부터 그 축제를 너무 좋아했다. 다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고 할까. 12세 때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한국학을 공부하게 됐다. 한국학은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 택했다. 한국에서 연기 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고민하던 때 김재엽 연출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김재엽 연출이 개인 가정사를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알리바이 연대기'가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김재엽 연출님의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2014)가 한국에서 데뷔작이다. 독일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한예종에서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김 연출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윤안나)

"학교 지도 교수님을 통해 김재엽 연출님을 알게 됐다. '생각은 자유'에 독일인 배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합류했는데,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게도 감사하게 출연하게 됐다."(필립)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Q. 왜 한국에서 연기 또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가?

A. "역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데 영화를 통해서 이를 분석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 한국영화는 임권택, 김기덕 감독님 작품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임권택 감독님의 '족보' 같은 영화에는 한국 역사가 잘 녹아 있어 크게 공부가 된다."(윤안나)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1년 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 때 당시 무엇인가에 대한 절박함이 있던 때라 한국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배우에 대한 꿈은 고등학교 때 꿨던 적이 있다. 아마추어로서 뮤지컬에 출연한 적도 있다. 다만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안나처럼 프로 배우를 꿈꾸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여전히 내가 한국말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잘 알아듣고 있는지 불안하다. 특히 완벽주의자라서 더 스트레스를 받더라(웃음)."(필립)

Q. 김재엽 연출님의 작업 방식은 잘 맞나? 다큐멘터리적인 연출 방식이 특징인데.
 
A. "성향이 잘 맞다. 나 역시 역사와 사회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서 연결이 잘 된다. 아직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어려운데, 김 연출님은 감정적으로 연기를 끌어내시는 분이 아니시니까 그런 부분도 잘 맞다. 다만 다큐 식의 연출은 정보 전달량이 많다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역할 몰입에 어려운 점이 있다."(윤안나)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왼쪽),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왼쪽),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Q.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재독한인여성, 즉 이주민 이야기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으로서 공감할 여지가 많을 듯하다.

A. "대본 읽을 때마다 울컥하는 부분들이 많다. 이주민으로 한국에 와 있는데 언어, 문화 장벽을 경험한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내 집이 여기다. 작품에서 '고향이 별거니, 내가 지금 사는 곳이 고향이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크게 공감이 되더라."(윤안나)

"공감이라기보다 주제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한국과 독일은 가까운 나라가 아니다. 근데 이번 연극에서 다루는 파독간호사는 두 나라가 함께 해온 특이한 역사다. 이렇게 겹치는 역사가 있다는 구조만으로 흥미롭다. 논문으로도 다루고 싶은 주제다."(필립)

Q. 한국에서는 외국인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인기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외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출연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지점이 고민이다. 나 역시 '생각은 자유',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할 수 있던 이유 역시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연기를 특출나게 잘하지 않는데 말이다. 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인지, 정말 한국인처럼 대우를 받고 싶은 건지 고민이다. 아마 한국에 사는 모든 외국인들이 고민하는 지점일 거다."(필립)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왼쪽),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에 출연하는 독일인 배우 윤안나(왼쪽), 필립 빈디쉬만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Q. 이번 작품이 본인에게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A. "역사는 기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딱딱한 교과서가 아닌 연극으로 보면 역사가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실제 독일인 배우들이 나오다 보니까 더 실감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독일, 한국의 경계 없이 관객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윤안나)

"이번 작품은 익살스런 부분과 함께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역사에 대한 관점, 세계에 대한 관점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거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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