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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트럼프와 만남, 퍼포먼스로 끝나선 안돼" 日납북자 가족회 대표

등록 2017.11.02 14: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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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이즈카 시게오 가족회 대표가 2일 자택 근처에서 뉴시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17.11.2. 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이즈카 시게오 가족회 대표가 2일 자택 근처에서 뉴시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17.11.2.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오는 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이틀째인 6일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을 만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는 2007년부터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 연락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9)를 비롯해 일본 정부에 납북자로 인정받은 17명 중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납북자의 가족들이 참석한다.

 가디언지를 비롯 BBC와 뉴스위크 등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는 이즈카 대표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나흘 앞둔 2일 뉴시스가 만나 심경 등을 들어봤다.  

  이즈카 대표는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을 일으킨 북한 공작원 출신 김현희의 일본어 선생인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의 오빠다.그는 요코다 메구미(横田めぐみ)의 부모와 함께 일본인 납북자 가족으로써 가장 많이 활동해 왔다. 북한은 다구치 야에코씨가 1986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호우로 유골이 유실됐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한달 반 동안 입원했다가 얼마전 퇴원했다는 이즈카 대표는 "오랫동안 (가족을) 기다리느라 많이 늙었다"며 "이제 (가족들) 모두 지치고 아프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横田滋)씨도 병환이 깊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심경이 어떤가?

 "납북자 가족들이 모여 모임을 만든게 1997년이니 올해로 20년이 됐다. 매년 '올해야말로'라는 심정으로 가족들을 찾은지 벌써 20년이 됐다. 이제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언급해줘 화제가 됐다. 이번 만남을 통해 더 많은 관심이 모아져 하루빨리 가족들을 찾을 방법이 생기면 좋겠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유엔 연설로 일본에서도 해외에서도 묻혀져가던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다시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두번째는 이번 만남이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벌써 올해도 두달밖에 남지 않아 또 이렇게 한 해를 보내나 하는 조바심이 있다. 이런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이날 면담시간이 총 20분밖에 되지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트럼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면 우리 가족들에게 돌아오는 시간은 한 사람당 1~2분밖에 되지 않는다. 다 전할 수 있을지, 그래서 결국 퍼포먼스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가족들이 먼저 원했던 것인가?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이전 미국 대통령들도 다 직접 만나 우리 이야기를 전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직접 우리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정부에 말했고 이번에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은 북한이 가장 의식하는, 대결상대로 생각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이런 미국 대통령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언급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북한에 가서 납북자 5명을 데리고 올 수 있었던 데에 부시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압박을 가했고 결국 김정일이 백기를 들어 협상에 응했다. 이처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미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이즈카 시게오 가족회 대표가 2일 자택 근처에서 늘 지니고 다니는 다구치 야에코씨와 그의 아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2017.11.2. yuncho@newsis.com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이즈카 시게오 가족회 대표가 2일 자택 근처에서 늘 지니고 다니는 다구치 야에코씨와 그의 아들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2017.11.2. [email protected]

- 지난 10월 29일 북한이 일본열도를 수장하겠다며 일본에 각을 세웠다. 일본이 미국과 공조해 북한을 더 압박하고 제재를 하면 사실상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은 더 어려지는 것이 아닌가?
 
 "사실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요즘 북한의 잦은 도발을 보면서 김정은은 김정일하고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북한을 보다 강력히 제재해 백기를 들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은 시간이 더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솔직히 생겼다. 이제 많이 늙고 지쳐 이미 더 기다릴 시간이 없는 우리이기 때문에 정부에 이런 우리의 심정을 전하며 납북자 문제를 위한 협상도 진행해주면 안되냐는 부탁을 했다."

 -그럼 일본 정부는 지금 협상을 따로 진행하고 있는가?
 
 "잘 모르겠다. 우리 정부는 납북자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고 협상도 하고 있겠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듣는다. 납북자 근황에 대한 정보 수집은 구출회, 조사회 등 일본인 납북자 해결을 위한 NGO단체에서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 여동생이 어떤 병원에 언제 입원했다가 퇴원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는 더 많은 납북자가 있다. 이들과의 연계는?
 
 "가족회 초기에는 한국의 납북자 단체와 만나기도 하고 또 행사도 같이 했는데 요즘에는 전혀 없다. (한국이) 관심이 없어진 것 같다. 한국에서 6.25 납북자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해서 법도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국제적인 연대는 이뤄지고 있나?
 
  "일본에 있는 각 대사관을 찾아가 우리의 이야기도 하고 또 북한 유사시 우리 가족들을 구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또 태국 등 북한에 납치된 다른 나라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해 행사를 하기도 했다."

 -납북된 다구치 야에코씨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1978년에 실종됐다. 아들을 놓고 사라져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이해가 안된 채 살아왔다. 이후 KAL기 폭파 사건을 일으킨 김현희가 자신의 일본어 선생이 다구치 야에코라고 했을 때도 믿기지 않았다. 왜 우리 야에코가 북한에 갔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김현희씨가 야에코 사진을 지목해서야 비로소 믿었다. 순간 주저앉았다. 내가 늘 갖고 다니는 야에코의 사진은 납치됐을 때인 22살이다. 이후 얼굴이 보고 싶다. 야에코 아들이 39살인데 아들보다 더 나이 많은 야에코의 얼굴이 상상이 잘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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