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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빈만찬, 문화예술로 빛났다...가요~판소리까지 탄탄한 구성 돋보여

등록 2017.11.07 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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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효신, 가수. 2017.11.07. (사진 = 청와대 인스타그램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효신, 가수. 2017.11.07. (사진 = 청와대 인스타그램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념을 위해 열린 국빈만찬 행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주목받았다. 특히 25년 만에 국빈으로 방한한 미국 대통령을 위한 공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청와대와 공연업계 등에 따르면 우선 내로라하는 가창력의 가수 박효신이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 '야생화'를 불렀다. "먼 훗날 너를 데려다 줄 / 그 봄이 오면 그날에 / 나 피우리라"라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청와대는 한국과 미국 양국이 그동안 겪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야생화'처럼 관계가 피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이 곡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야생화'는 청와대 18번이 됐다. 앞서 지난 8월17일 문재인 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본행사 시작 전에도 이 곡이 울려퍼졌다.

1999년 1집 '해줄수 없는일'로 데뷔한 박효신은 팬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불리며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급부상한 뮤지컬 스타로 그가 출연한 '모차르트!', '엘리자벳', '팬텀'을 매진행렬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 입어 청와대 인스타그램은 이날 박효신의 사진을 올렸다. 행사 자체가 비공개였던 만큼 전날 리허설 사진으로 대신했다. 그럼에도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하트가 5100여개 표시됐고, 댓글이 500개 이상 달렸다.

【서울=뉴시스】정재일, 영화 '옥자' 음악감독. 2017.05.16. (사진 = 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재일, 영화 '옥자' 음악감독. 2017.05.16. (사진 = 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청와대는 인스타그램에 "비공개 행사라 청와대 페이스북에서 라이브를 하지 못해 박효신 팬클럽인 '소울트리' 분들께서 많이 서운해하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진을 준비했다"면서 "아쉽게도 오늘 공연 장면은 아니지만, 어제 리허설 중인 '대장'의 모습"이라고 적었다.

이날 박효신이 트럼프 만찬 행사에서 '야생화'를 부른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음원차트에서 이 곡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방위 뮤지션으로 통하는 정재일과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 단원인 소리꾼 유태평양이 '비나리'를 협연했다. '비나리'는 본래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노래로, 사물 가락 위에 축원과 고사덕담의 내용을 담는다.

정재일은 대중음악, 뮤지컬, 국악, 무용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 작업에 참여하는 작곡가 겸 편곡자 그리고 연주자다. 음악가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음악을 맡기도 했다.

소리꾼 한승석(중앙대 교수)과 함께 내놓은 두 장의 앨범 '바리 어밴던드(abandoned)'와 '끝내 바다에'로 판소리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했다. 정재일과 한승석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이 참석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창의 밤' 행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전도연, 배우

전도연, 배우

정재일은 또한 이번에 박효신이 노래하는 '야생화'의 공동 작곡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같은 기획사인 글러브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다.

차세대 소리꾼으로 통하는 유태평양은 국악계에서 어릴 때부터 유명 인사였다. '국악신동'이던 유태평양은 여섯 살 최연소의 나이로 판소리 '흥부가'를 완창하며 이름을 알린 후 국악은 물론 재즈, 춤. 타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섭렵했다.

특히 10대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유학을 떠나 제3세계 타악을 공부한 것이 음악세계를 구성하는 독특한 자산이 됐다. 이런 경험과 타고난 끼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립창극단 입단 후 창극 '오르페오전' '트로이의 여인들' '흥보씨',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 등에서 탁월함을 뽐냈다.

또한 이날 트럼프 국빈 만찬행사에서 가장 먼저 울려퍼진 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폰 주페의 희가극인 '경기병 서곡'이었다. 지휘자 여자경의 지휘로 KBS 교향악단이 연주했다. 경기병의 씩씩한 모습을 경쾌하게 묘사한 곡이다. 한미 양국 관계가 탄탄한 행진을 이어가길 바라는 뜻에서 선곡했다.

피날레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겸 지휘자인 레오나르도 번스타인(1918~1990)이 넘버를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메들리가 연주됐다. 번스타인은 내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는 거장으로 한국에서도 그를 벌써부터 조명하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국빈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2017.11.07.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국빈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2017.11.07.  [email protected]

공연업계는 이날 약 20여분간 진행된 공연이 짧았지만 담백하고 탄탄한 구성이라고 보고 있다. 전날 아베 총리가 추죄한 일본의 공식 만찬은 화제성 또는 가십성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 아라벨라가 좋아한다는 일본 개그맨 겸 DJ 피코 타로가 참석했다. '제2의 싸이'로 불린 피코 타로는 재미나는 의상을 입고 반복되는 구절의 노래 동영상 '펜 파인애플 애플 펜'(PPAP)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날 만찬 행사에 앞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입장곡은 25년 만의 국빈 방문의 의미를 살려 미국 대통령 전용 공식 입장곡인 '헤일 투 더 치프(Hail to the Chief)'가 울려퍼졌다. 퇴장곡은 작곡가인 김형석 키위 미디어 그룹 회장이 만든 문 대통령 헌정곡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가 연주됐다.

한편 이날 만찬에는 한국 영화계 거장 이창동 감독, 칸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전도연, 2008년 명품 브랜드 구찌 모델에 발탁되는 등 한국 모델의 세계 진출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 모델 한혜진 씨가 참석했다.

이와 함께 최근 300만명 관객을 모으며 주목 받은 영화이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주목 받았다. 이 할머니는 2007년 미국 워싱턴 하원 외교위원회 일본외교 청문회에서 또 다른 피해자인 고(故) 김금자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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