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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작곡가 김경육·연출가 강봉훈의 뮤지컬 '햄릿'

등록 2017.11.10 09:00:41수정 2017.11.14 1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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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경육,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 작곡가. 2017.11.10.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경육,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 작곡가. 2017.11.10.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정식 초연을 앞둔 창작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는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렸다.

 셰익스피어 고전 희극이 바탕인 이 작품은 12년 전 '햄릿'의 뮤지컬화에 몰두했던 창작진(작곡가 김경육, 작가 성종완), 이 창작물을 적극 지원하는 프로덕션인 CJ E&M, 그리고 새로 합류한 창작진(협력연출·작시·각색 강봉훈, 연출 아드리안 오스몬드)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여기에 2006년 중앙대 공연에서 '햄릿'을 맡았던 뮤지컬스타 홍광호, 2007년 CJ 창작리딩공연에 홍광호와 참여했던 뮤지컬배우 양준모까지 이번 공연에 합류하면서 탄탄함을 더했다.

오는 23일부터 2018년 1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이 작품은 초연이라는 수식에서 보듯 명민한 학생들이 올렸던 공연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한 때 스페인어로 삶을 뜻하는 단어로 제목으로 내세웠던 '라 비다(La vida)' 역시 버렸다. 하지만 작품을 접하고 있노라면 시간의 숙성과 그 안에 담긴 고뇌는 확인해나갈 수 있다. 

2005년부터 '햄릿'에 매달려온 끈기의 작곡가 김경육(35), 올해 초 합류해 순발력을 보여주고 있는 협력연출 강봉훈(43)을 최근 양재동에서 만나 '햄릿'의 진화에 대해 들어봤다.

Q. 김경육 작곡가님에게 묻겠다. 2005년 '햄릿'의 뮤지컬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강봉훈 연출님께는 예전 '햄릿'과 지금 '햄릿'의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A. "한 뮤지컬 창작 워크숍에서 종완이형을 만났다. 곡 좀 써줄 수 없겠냐고 하더라. 2006년 중앙대에서 공연했을 때 박소영 연출과 (홍)광호가 참여했다. 그 때 광호가 햄릿을 연기했다. 누군가의 자취방에서 내가 작곡한 곡을 들려줬던 기억이 남는다. 광호가 그 때도 정말 노래를 잘했는데 신기하더라(웃음). 학생들끼리 의견을 주고받고, 합을 맞추며 작업하는 것이 즐거웠다. 난 클래식음악을 공부한 터라 다른 사람과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밤새 토론하고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았다. 총 4회 공연했는데 첫날에는 관객이 안 찼다. 근데 광호가 워낙 잘한다고 입소문이 난 뒤 나머지 3회차가 매진됐다. 2008년 학교 공연에는 강하늘이 나왔다."(김경육)

【서울=뉴시스】 강봉훈,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 협력 연출. 2017.11.10.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봉훈,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 협력 연출. 2017.11.10.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email protected]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합쳐지면서 틀려지는 것이 아닌 달라지고 있다. 누구의 생각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타당성이 있어 조율 중이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햄릿'하면 죽음을 떠올리는데 우리는 능동성을 가미하고자 한다. '죽음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 전체 콘셉트다."(강봉훈)

Q. 음악은 어떻게 달라졌나?

A. "다른 작곡가의 곡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쓴 곡으로만 구성했다. 2006년 중앙대 공연에서 사용한 곡들은 많이 살아남지 못했다. 모티브를 조금씩 숨겨놓았는데 나만 알 거다(웃음)."(김경육)

Q. 이미 너무 잘 알려진 '햄릿'이지만 창작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는 것이 의미가 클 법하다. 동시에 어려운 일이기도 할 듯하다. 

A. "조금만 바꾸면 극의 흐름이 해결이 안 되더라. 셰익스피어, 참 힘든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웃음)."(김경육)

"작업할수록 셰익스피어는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감히 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어?'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구조와 해석 또는 음악을 새로 넣고자 할 때 앞뒤의 연결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책을 다시 읽어봐야 했다. 죽은 셰익스피어에게 검열을 받는 느낌이었다(웃음)."(강봉훈)

Q. '햄릿'을 뮤지컬로 만드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서울=뉴시스】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 티저 이미지. 2017.11.10.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햄릿 : 얼라이브' 티저 이미지. 2017.11.10.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email protected]

A. "햄릿 인물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결심을 하고 실행을 안 한다. 네 번, 다섯 번을 주저한다. 뮤지컬에서는 그런 상황을 행동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예컨대, 맹세를 하면 뮤지컬 어법상 해야 한다. 구석에서 고민하고 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행동의 능동성을 찾으려고 했다. 김경육 작곡가님이 작곡상에서 고민한 건 드라마투르기다."(강봉훈)
 
Q.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두 분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큰 작업일 듯하다.

A. "작년 8월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방사선 치료를 받았는데 '햄릿 : 얼라이브' 워크숍 기간과 겹쳤다. 근데 '햄릿'의 넘버들을 쓰는데 도움이 됐다. 삶과 죽음의 경계, 연결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특히 오필리어가 거의 미쳐서 부르는 넘버가 있는데 감정 몰입이 되더라. 수술을 받은 뒤 한 때 눈앞에 섬망 증상이 있어 고생했다. 뮤지컬 작업만 하다가 몇 년 동안 연극('카포네 트릴로지' 등) 작업을 했더니,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도움이 되더라. 사운드적으로 좀 더 아이디어를 내고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라에 새로운 소스와 시도를 더해 영화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는 등 음악적인 도전을 하고 싶다."(김경육)

"셰익스피어가 힘든 건 감정이나 정보를 설명으로서 드러낸다는 점이다. 태생적으로 연극을 '듣는 시대'에 탄생한 작품이다. 현대에 그걸 음악적으로 포착해내려니 어려워지는 거다. 복잡한 감정을 순간에 잘 녹여내야 한다. 연출을 맡은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영문학을 전공한 터라, 드라마투르기가 탄탄해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매진을 노리지 않는다.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를 바란다. 죽음에 대한 인식을 한번쯤 돌아보고 자신만의 질문을 갖고 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강봉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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