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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에서 태권도 전자호구 대부로' 대도 박천욱 대표

등록 2017.11.12 07:00:00수정 2017.11.12 07: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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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뉴시스】박지혁 기자 = 올림픽 태권도 전자호구 공급업체 '대도 인터내셔널(Daedo International)'이 1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르네상스호텔에서 '대도-마블 컬렉션' 프로젝트 발표회를 열고 마블 캐릭터를 적용한 태권도 호구 및 장비를 선보였다. 사진은 박천욱 대도인터내셔널 대표. fgl75@newsis.com 2017.11.11.

【바르셀로나=뉴시스】박지혁 기자 = 올림픽 태권도 전자호구 공급업체 '대도 인터내셔널(Daedo International)'이 1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르네상스호텔에서 '대도-마블 컬렉션' 프로젝트 발표회를 열고 마블 캐릭터를 적용한 태권도 호구 및 장비를 선보였다. 사진은 박천욱 대도인터내셔널 대표. [email protected] 2017.11.11.

2012 런던올림픽·2016 리우올림픽에 전자호구 공급
"세계의 제품이라는 장인 정신이 신조"

【바르셀로나=뉴시스】박지혁 기자 = 태권도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더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전자호구를 도입했다.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전자호구를 공급한 회사는 한국인 박천욱(61)씨가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로 있는 '대도 인터내셔널(Daedo International·이하 대도)'이다.

한글 법인명과 한국인 대표, 태권도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이유로 대도를 한국 회사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스페인 회사다.

1983년 세워 처음에는 태권도복 및 관련 장비를 제조·판매했다. 1987년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공식 스폰서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장비 공급자로 참여하는 등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경상남도 사천 출신인 박 대표는 원래 요리사였다. 20대 시절 고향 사천과 부산 등에서 중식집과 한식집 요리사로 일했다.

지인의 식당 사업을 돕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간 박 대표에게 25살이 되던 해 인생의 전환점이 온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이불 사업을 하다가 바르셀로나에 오신 분이 있었다. 자수로 도복에 들어가는 태극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 그걸 보고 '내가 태권도장에 팔아보겠다'고 했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4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제품을 들고 태권도장을 돌았다. 그때 '참 태권도장이 많구나', '아예 내가 도복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기억했다.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한 그는 굳은 결심과 함께 주방에서 뛰쳐나왔다. 식당일로 2년 반 동안 모은 월급을 종잣돈 삼아 시내에 아파트를 빌리고 재봉틀 2대를 샀다.

자지 않고 도복만 만들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8시간 일하면 끝이다. 또 1년에 1개월은 쉬어야 하는 문화다. 나는 한국인의 방식으로 맞섰다. 목표를 정하고 될 때까지 일만 했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만난 아내 이성미(58)씨, 직원 2명과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도복은 겨우 10벌. 처음에는 그마저 되지 않아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다.

박 대표는 매일 지하철을 타고 도장을 돌며 영업했다. 돈이 없어 따로 샘플 상자를 제작할 수 없어 가게에서 버린 담배상자를 주워 도복을 포장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다. 10벌이 50벌, 50벌이 100벌이 됐다. 비좁은 아파트와 재봉틀 2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1986년 시내 중심가에 대도 상점을 차렸고 이후 창고와 공장을 세우며 지금의 시스템을 갖췄다. 당시 스페인 현지 시장을 주도했던 경쟁업체들은 모두 사라졌다.

박 대표의 꾸준함과 끈질김, 도전정신은 굴지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경쟁업체 L사를 제치며 대도를 올림픽 공급업체로 이끌었다.

대도는 스페인, 아일랜드, 독일, 중국, 덴마크 등 세계대회 공식 스폰서 5회, 8개 국가 단위 협회(스페인·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캐나다·포르투갈·프랑스·베트남) 및 국가대표를 공식 후원한 큰 회사로 성장했다.

기업명 대도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에서 나왔다. "할아버지께서 대도(大道)라는 글씨를 쓰시면서 '단순히 큰길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남자는 어디를 가든 큰길로 다닐 수 있도록 떳떳해야 한다는 뜻이다. 큰길을 다니지 못하고 샛길이나 뒷골목으로 숨어 다니는 사람이 돼선 안 된다'고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기업 정신은 '세계의 제품이라는 장인정신'에 있다. 최고의 품질,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런 기업 철학은 대도가 올림픽에서 2회 연속으로 전자호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었다. 30여년에 걸쳐 취급하는 분야는 태권도에서 가라테, 유도까지 확대했다. 2015년 국제유도연맹(IJF)과 유니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직원은 30여명, 올해 연매출 1200만달러를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10개국이 대도의 전자호구를 사용하고 67개국에 총판이 있다. 매년 매출의 약 15% 가량을 제품 보완 등 연구개발에 재투자한다.

대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미국 디즈니사와 손잡고 마블(Marvel)의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헐크 등 슈퍼히어로 이미지를 적용한 호구, 머리·팔·다리 보호대, 장갑 등을 제작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 '도장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하고 싶다. 태권도 나아가 무도스포츠의 세계화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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