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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삶의 무게는 천 근’ 하루에 줍는 폐지값 5000여원으로 생활하는 노인들

등록 2017.11.1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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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뉴시스】문영일 기자 = 전국적으로 폐자원을 수거하는 노인들은 1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리어카로 폐지를 싣고 가고 있다. 2017.11.16. ctdesk@newsis.com

【하남=뉴시스】문영일 기자 = 전국적으로 폐자원을 수거하는 노인들은 1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리어카로 폐지를 싣고 가고 있다. 2017.11.16. [email protected]

폐지 줍는 노인 생계비 등 팍팍한 삶의 연속
정부, 사회 안전장치 시급히 마련해야

 【경기동부=뉴시스】문영일 기자 = 우리나라는 올해 고령화에 이어 내년에 고령사회(인구 대비 65세 이상 14%)에 진입한다. 앞서 농어촌의 경우 초고령사회(인구대비 20% 이상)에 진입했다. 그러나 고령사회에 대한 사회전반의 제도적 준비는 아직도 부족하다 못해 열악한 수준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노후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황혼은 매우 절망적인 삶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약 150만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많다. 경제적 결핍의 노년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매우 한정적이고 수입도 생계를 영위할 만큼 충분하지도 않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 2000년 7%를 넘어 고령화사회가 된데 이어 2017년 9월 현재 13.8%로 고령사회(노인 인구 14%) 진입 단계에 있다. 이어 2018년이면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폐자원 수거로 생계 유지하는 노인, 전국 150만여명 추산

 지난 13일 오전 9시쯤 경기 하남시 신장동의 한 고물상에는 이른 아침 쌀쌀한 날씨지만 리어카와 손수레에 폐지 등을 싣고 온 노인 3명이 무게를 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한 노인은 소주상자에 주워온 빈 소주병을 담고 있었고, 알루미늄 캔과 페트병을 분리하고 있는 할머니도 있었다.

 이를 처분해 노인들이 받은 돈은 고작 3000~5000원이 가량이다. 3~5년전 같으면 5000~1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폐자원값이 많이 하락해 노인들의 수입 또한 절반으로 줄었다. 그 만큼 노인들의 삶도 팍팍 해졌다.

 경기동부지역에서 폐자원을 줍는 노인은 구리시 119명, 남양주시 41명, 양평군 15명, 하남시 40명, 가평군 20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하남시 소재 한 고물상에 따르면 하루에 10~20여명의 노인들이 고물을 수거해 싣고 온다고 말했다. 하남시 도심지에 고물상이 5개 정도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최소 50여명의 노인들이 폐자원을 수거해 생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활용단체들은 폐자원 수거 인구를 전국적으로 17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자동차를 이용 직업적으로 수거하는 사람은 2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150만명 정도는 노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행정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수치와는 큰 차이가 있다.

  ◇폐자원 수거, 노인 70~80대가 절반 이상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현재 1kg 당 폐지(골판지 등 종이박스)는  148원, 신문지 153원, 고철 194원, 알루미늄 캔 1100원, 깨진 흰색 병 58원이다. 현재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간 올랐지만 폐자원 값은 과거보다 많이 하락했으며, 이는 경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침체가 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들이 대개 고물상에 가져가는 한 리어카는 20~30kg 정도임을 감안하면 4000~5000원을 손에 쥐게 된다. 하루 반찬값에도 못 미치는 푼돈이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연령대를 각 자치단체는 대개 70~8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80대 이상과 60대 이하도 각 20% 정도로 추정된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긴 점을 고려하더라도 할머니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이들 가운데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20% 정도이며, 월수입은 노령연금을 포함 50만원 미만으로 자치단체는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들은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미치는 수입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밤낮없이 폐지 등 수거…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에 노출

 노인들은 매일 새벽 이른 시간부터 폐지 등 고물 수거에 나선다. 빈 상자 한 개라도 더 줍기 위해서는 이른 시간에 나가야 한다. 이 것은 오랜 시간 폐자원을 주어온 노인들의 경험이다. 따라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폐지를 수거하다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에 노출돼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양평경찰서 주상근 교통계장은 “양평읍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6~8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며, 노인들의 교통사고 피해는 3년 이내에 접수되지 않았지만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특히 노인들이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싣고 예사로 무단횡단을 하고 역주행을 하는 등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들을 교통법규위반으로 단속한 적은 없다며 노인들에 대한 온정주의적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남경찰서는 해마다 폐지수거 노인들에게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으며, 사고예방을 위한 야광 조끼를 전달했다.

 이 같은 행정·단속기관의 도움에도 여전히 노인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치단체·정부의 생계지원은 요원… 자립 노후대책 강구해야

 노인들의 폐자원 수거구역은 대개 불문율로 정해져 있다. 서로 수거하는 구역을 침범하지 않아 서로의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이 같이 폐자원을 줍는 노인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로 삶을 이어가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현실적으로매우 부족하다.

  노인들에게 부양의무가 있는 자녀가 있거나 현실적으로 처분할 수 없는 재산이 있는 등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아 복지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론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소일거리와 건강을 챙기기 위해 폐지를 줍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는극히 적고 오직 생계유지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치단체장이 노인들의 딱한 처지를 돕기 위해 선심성으로 지원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기도의 각 시·군은 도로부터 에산을 지원받아 폐자원을 줍는 노인들에게 야광조끼와 야광봉, 장갑 등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하남시청 신우철 노인복지팀장은 “현행법으로는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각 단체의 지원과 개인이 시에 기탁하는 물품의 우선 배정 등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최저수준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고 사회적 욕구충족과 생활상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후생활에 대한 적응과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필요한 급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과 민간부분의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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