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베를린필 사이먼 래틀 "조성진은 건반의 시인, 진은숙은 보석함"

등록 2017.11.19 15:28:1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영국의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62)이 세계 최고 악단으로 통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와 함께 마지막 항해 중이다.

2002년부터 베를린필의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 래틀은 내년 초 이 오케스트라를 떠난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새 항해(2018년 10월1월 내한공연 예정)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금호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의 하나로 19~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2017 사이먼 래틀 &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은 래틀과 베를린필 조합의 마지막 아시아 투어로 큰 관심을 끈다. 앞서 홍콩, 중국에서 공연했고 서울을 거쳐 일본까지 돈다. 

특히 19일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협연하고, 20일 공연에서는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의 '코로스 코르돈(Choros Chordon·현의 춤)'을 한국 초연하는 등 한국 음악가와 인연이 깊은 투어다.

베를린필은 이미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코로스 코르돈'을 세계 초연했고, 지난 4일 같은 장소에서 조성진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협연했다.

19일 오후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래틀은 "한국의 훌륭한 음악인과 이 자리에 함께 앉아 기쁘다"면서 웃었다.

베를린필은 전설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1984년 처음 내한공연했다. 2002년 래틀이 음악 감독을 맡은 이후 2005년, 2008년, 2011년, 2013년 한국 공연을 펼쳤다.  이번이 총 여섯 번째, 래틀과는 다섯 번째 내한공연이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email protected]

이미 조성진의 베를린필 데뷔 무대를 함께한 래틀은 "지구상에 재능 있고 특별한 연주자들이 많아 또 한 명의 재능 있는 연주자(조성진)와 함께한다는 것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건반의 시인'(조성진)과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조성진에 대해 기특해했다.

본래 베를린 공연과 홍콩, 이번 내한공연 협연자는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이었다. 하지만 랑랑이 왼팔건초염 증상으로 연주를 취소했다. 이후 베를린필과 래틀은 대체 프로그램으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제안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 무대를 독일과 홍콩, 한국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평소 협연자 선정에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래틀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성진에 40년 앞서 197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의 추천을 받아들여 조성진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래틀은 "치메르만은 정말 오래된 친구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아주 비판적인데 조성진에 관해 좋은 말을 했을 때 '어디 아픈가' 생각했다. 하하하"고 털어놓았다.

"치메르만이 '조성진은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라고 말해 빨리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친구의 음악을 언제 들어볼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 치메르만도 고요하고 내적으로 잠잠한 걸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다. 조성진과 첫 협연 후 두 피아니스트가 세대를 넘어서 형제애를 만들어낸 이유를 알게 됐다."

래틀과 진은숙은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래틀은 2014년에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진은숙의 '사이렌의 침묵' 초연을 지휘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email protected]

베를린필이 진은숙에게 위촉한 '코로스 코르돈' 역시 성공적으로 초연한 그는 "한국인들은 진은숙을 '위대한 한국인 작곡가'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진은숙을 '베를린의 위대한 작곡가'라고 생각한다"고 흡족해했다. 진은숙은 현재 베를린에 주로 거주한다.

래틀은 "6~7분짜리를 작곡해달라고 어려운 부탁을 했는데 그 짧은 곡에 30분짜리 곡 이상의 아름다운 색깔과 다양한 테크닉을 담아줬다"면서 "굉장히 힘든 도전이었을 텐데 저희에게 아름다운 곡이 됐다"고 격찬했다.

"진은숙의 음악 세계는 센세이셔널한 보석함과 같다. 너무나 다양한 소리와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온다. 음악이 직선적인데 이 부분이 마음에 들고 좋아한다. 연주자들과 성악가들의 역량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정확히 파악해 일하기도 좋다. 진은숙의 모든 작품을 중요하게 여긴다. (진은숙의 스승으로 지난 2006년 사망한 현대음악의 거장) 죄르지 리게티를 대신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충분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30년 전인 1987년 베를린필을 처음으로 객원 지휘한 래틀은 앞서 이 악단을 지휘한 푸르트벵글러, 첼리비다케, 카라얀, 아바도와 색깔이 달랐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앞선 지휘자들과 달리 밝고 쾌활하며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해 민주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베를린필 단원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콘서트홀, 음악 교육 등 새로운 방법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콘서트홀은 공연실황 중계이자 실황 라이브러리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베를린필의 명연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베를린필 공연 실황 생중계와 관련 VOD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TV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사이먼 래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email protected]

베를린필은 이와 함께 이번 19일과 20일 본 공연에 앞서 청소년을 위한 오픈 리허설을 여는 등 청소년 음악 교육 행보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그런 래틀에게 베를린필에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묻자 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관계는 항상 협력해야 한다"면서 "뿌듯하게 생각하는 건 오케스트라의 색깔과 레퍼토리 확장, 그리고 지역 사회와 교감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가 유연성을 갖는 동시에 활동 범위가 확장됐다는 것에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런 활동들이 자리를 잡아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이 생겼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단계다. 지금부터 저는 후임인 키릴 페트렌코와 함께 하는 베를린필의 또 다른 여행을 관객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페트렌코와 저는 다양성을 갖고 있고 호기심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페트렌코가 오는 것은 베를린필에 신나고 설레는 일이다. 베를린필을 떠나는 아쉬움과 뒤에서 바라보는 기쁨이 공존한다."

베를린필에서 상임지휘자로 있었던 16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버밍엄시 심포니오케스트라(CBSO)에는 18년 있었는데 '진짜 오래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베를린필'에서는 16년 있었는데 금방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웃은 래틀은 "미국 대통령이 네 번 바뀔 시간"이라면서 "저는 음악과 관련된 관계에서는 장기간을 추구하지만 이제 다른 누군가가 맡아서 새로운 단계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제 저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새로운 모험을 하겠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베를린필이 함께 하고 있다. 16년 동안 함께 하며 너무나 많은 걸 배웠다. 잊지 못할 시간이다."

한편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으로 카네기홀 리사이틀과 베를린필 협연을 꼽았던 조성진은 "오늘 공연이 이번 투어의 마지막 연주라 서운하다"면서 "래틀과 함께해 영광이었고 많이 배웠다. 인간적으로서 꿈, 음악가로서 꿈을 이루는데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베를린필의 재초청을 받는 것과 카네기홀에서 다시 연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17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11.19. [email protected]


"래틀 선생님이 훌륭한 피아니스트라고 들어 더욱 긴장했는데 리허설이 끝나고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의 리허설은 DVD를 본다는 생각이 들 만큼 대단했다. 전해주신 코멘트 내용은 너무 소중해 혼자 간직하고 싶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1984년 베를린필이 카라얀과 내한했을 당시 티켓을 구할 돈이 없어 (공연장이었던) 세종문화회관 무대 뒤편에 앉아 들으며 감탄했던 기억을 떠올린 진은숙은 "그랬던 오케스트라가 제 작품을 함께 연주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작곡가로서 평생 갖기 힘든 영광스러운 순간아다"고 고백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