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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숨 돌렸지만…국민연금 노동이사제 찬성에 '위기감'

등록 2017.11.20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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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번지면 다음 차례는 민간기업"
"일원화된 노동이사제, 의사결정 더디게 하고 주주이익 침해"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노동이사제'가 가뜩이나 노조 관련 이슈에 허덕이는 재계에 또 다른 '태풍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20일 지분 9.68%를 소유하고 있는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KB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권 훼손을 우려한 절대 다수의 외국인 주주(68%)가 반대 의견을 표명해 이날 부결돼 재계로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계획이어서 민간 부문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미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로 허리가 꺾일 지경인 재계로서는 또 하나의 골치 아픈 이슈에 맞딱드릴 공산이 커지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20일 "KB노조와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만으로 주총에서 이같은 안건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는데 실제로 부결됐다"면서도 "문제는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기업 300여곳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상법상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선임은 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참석, 주식 총수의 2분의 1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노조 측의 보유한 지분율만으론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KB금융 노조는 2012년과 2015년에도 사외이사 추천을 시도했지만 주총 안건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상법에 따르면 일반 상장회사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 3%이상을 보유해야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관련 법률에서 특례로 지분 요건을 완화하면서 0.1%만 보유해도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KB노조가 노동이사제 재상정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경우 KB금융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노동이사제가 자리 잡고, 이같은 분위기가 재계 전반으로 번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정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도록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에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동시에 기업의 의사 결정을 더디게 하고 경영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 국내외 자문사들은 노동이사제가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경총 역시 "근로자 이사와 경영진의 의견 대립으로 이사회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손해는 주주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5개 회원국과 11개 비회원국을 조사해 발간한 '2017 OECD 기업지배구조 팩트북'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국가는 독일, 스웨덴 등 17개국이다.
 
 이 중 스웨덴을 제외한 16개국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가 분리된 이중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경영활동은 경영이사회가 결정하고, 감독이사회에 포함된 노동이사는 감시 및 감독의 기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이 추가적인 법 개정 없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스웨덴 이후 2번째로 일원화된 이사회 구조로 노동이사가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한 그룹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은 공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모르지만 일반 사기업에서는 적용이 어렵다고 본다"며 "기업 이사회에 노동집단 이익을 대표하는 근로자이사가 포함된 건 기업 경영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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