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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트로이의 여인들' 나윤영·서정금 "싱가포르공연 희열 컸다"

등록 2017.11.22 05:50:00수정 2017.11.22 09: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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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왼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왼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연출 옹켕센)이 지난 9월 싱가포르 공연계 중심인 빅토리아 극장에서 현지 관객들의 심장을 후려쳤다.

기원전 1350년에서 1100년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트로이전쟁 관련 신화와 전설이 기반이다. 서사적인 측면에서 국제적인 보편성을 획득하는 동시에 더 높게 평가받은 것은 국립창극단 창극 작품 중 창(唱)의 본질을 가장 잘 살려냈다는 점이다. 그 본질이 낯선 땅의 객석에 꽂힌 것이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국립극장 초연 때부터 싱가포르 공연 때까지 한 차례로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는 코러스 8명이 있다.

그들은 발언할 기회조차 없었던 가장 낮은 계급의 여인들에게 배삼식 작가가 부여한 생명력을 몸과 목소리로 승화했다.

러닝타임 110분 동안 무대 위에서 한 번도 떠나지 않고 무대 위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은 '트로이의 여인들'의 일등공신이다.

명창 안숙선이 작창한 곡 외에 음악감독 정재일이 코러스를 위해 작곡한 피아노 선율이 소리꾼에게는 발성하기 힘든 박자와 선율 구조임에도 능히 소화해냈다. 객석에서도 이들에게 호응이 쏟아졌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오른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오른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email protected]

이에 힘입어 오는 22일부터 12월3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오르는 '트로이의 여인들' 재공연 포스터에는 코러스가 전면에 등장한다.

공연을 앞두고 국립극장에서 코러스 중 소리꾼 나윤영과 서정금을 만났다. 두 사람 각자 약 30년과 20년 가까이 국립창극단에 몸담으며 창극 역사와 함께 해왔다.

1991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나윤영은 정확한 시김새와 풍부한 감성으로 흠잡을 데 없는 가사와 소리 전달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이생규장전' '우루왕'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 출연했다. 

1999년 국립창극단에 들어온 서정금은 화끈한 성량과 익살스러운 감초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수궁가'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으로 호평을 들었으며 오는 12월8일 돌아오는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에서 '뺑덕어멈'을 맡는다. 2014년 말과 2015년에도 같은 역을 맡아 인기를 누렸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오른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오른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email protected]

Q. '트로이의 여인들'의 싱가포르 현지 공연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무대 위에서 느낀 기분은 어땠나?

 "싱가포르 관객 반응이 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좋아해 주셔서 희열이 컸다. 다른 작품으로 이스라엘, 터키, 콜롬비아 등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같은 아시아권이라 기분이 남다르더라. 우리 창극이 그간 일본 가부키, 중국 경극 등보다 해외에서 덜 관심을 받아 아쉬웠는데, 이번이 창극을 알리는데 큰 계기가 된 것 같다."(나윤영)

 "사실 현지에 처음 도착해서 다들 체력이 달리고 날씨가 습하고 더워서 많이 힘들어했다. 단원들이 서울 공연에서 했던 페이스가 나오지 않더라. 그런데 무대를 시작하니 원래대로 하게 됐다. 공연 초반에는 집중이 안 됐다. 저희가 실타래를 푸는 장면에서 객석에서 수군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근데 이내 관객들이 굉장히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서정금)
 
Q.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코러스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코러스와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왼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왼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email protected]

"8명이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여야 한다. 음악적인 흐름에 방해되지 않아야 하니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무대 위에서 퇴장 한 번 못 하니 화장실에 가지 못 하는 건 물론 기침 한 번도 제대로 못한다. 다 같이 몰입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 조율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협업의 결실이 인정을 받았을 때 힘든 것들이 다 녹아버리더라."(나윤영)

 "원래 우리가 쓴 우리 극처럼 느껴졌다. '트로이전'이라고 할까(웃음). 헤큐바는 거문고가 따라붙는 등 이질적인 헬레나의 피아노 말고는 주역마다 우리 악기가 하나씩 붙은 것도 '트로이의 여인들'의 장점이다. 소리가 그대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서정금)

Q. 한국에서는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다. 성공과 흥행 이후 다시 공연하는 것이라 느낌이 남다를 듯하다.

A. "초연 때는 감정이 강렬하고 흥분한 상태였다. 여유가 없었다고 할까. 이번에는 여유가 좀 생겼다. 체력적으로도 더 편해졌다. 두말없이 우리 마음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나윤영)

Q. 전통 창극과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부임한 이후 실험적인 창극을 모두 경험한 배우들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오른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의 배우 나윤영(오른쪽), 서정금이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21. [email protected]

A. "판소리를 정확하게 하고 있어 어떤 것을 해도 받아들 수 있는 것 같다. 연극적인 것을 해도 섭렵할 수 있다. 최근 후배들이 주역으로 발탁되는데 '우리도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웃음) 후배들을 더 많이 도와주고 싶다. 후배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나윤영)

 "저희는 악보 세대는 아니다. 구전을 통해 배워왔다. 젊은 친구들이 악보를 잘 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데 모를 때는 그 자존심을 버리고 솔직히 물어본다. 우리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전달해주고. 그렇게 소통하고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서정금)

Q. 창극 소리꾼은 그 어떤 장르 배우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앞으로 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판소리 5바탕을 할 때 소리꾼 혼자 다른 배역을 맡는다. 본래부터 연극적인 스토리가 내재한 것이다. '트로이의 여인들'을 하면서 '더 욕심내지 말고, 초심을 갖고 하자'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몰입하면 더 성공적이더라. 앞으로도 초심 때의 그 설렜던 마음을 가져가고 싶다. 아울러 '트로이의 여인들'이 5바탕처럼 훗날에도 후배들이 계속 빛내줄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나윤영)

 "일인극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서사극 양식이 있다. 그래서 다양한 연기가 가능하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모두 다 같이 집중을 할 때 잘 될 수 있다. 헤큐바(김금미) 선생님이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그렇다고 내가 먼저 앞서나가면 안 된다. 다 같이 튀지 않고 함께 가면서 모두가 돋보일 수 있도록 노력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이 끝나면 '심청이 온다'에 다시 출연한다. '트로이의 여인들'과 상반된 분위기의 아주 유쾌한 극이다. 또 보러 와달라."(서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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