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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 식욕 없어 빼빼 마른 아이를 위한 꿀팁

등록 2017.11.22 0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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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 식욕 없어 빼빼 마른 아이를 위한 꿀팁



 만 35개월이 된 남자 어린이 재용이에게 밥을 한번 제대로 잘 먹이려면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다. 보통 30분~1시간 이상 열심히 수저를 들고 쫓아다녀야 겨우 한두 수저 마지못해 먹어줄 정도로 재용이는 먹는 것에 거의 관심이 없고, 심지어 독하게 마음먹고 하루 종일 굶겨도 재용이는 절대 배고프다는 말을 먼저 하는 법이 없다.

 재용이 부모님이 모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재용이 외할머님이 아이를 주로 돌보고 있는데, 외할머님도 이제는 너무나 지쳐서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어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혼내고, 달래고, 굶기고, 사탕발림을 하고, 엄포를 놓고 등등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사용했는데도 아이는 요지부동으로 밥을 안 먹는다.

 원기가 부족해서인지 재용이는 사시사철 감기를 달고 살고 있으며, 변비도 심하고, 맨날 배가 아프다고 징징거린다. 자가용을 타면 늘 심하게 멀미를 해서 원거리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은 아이의 체중백분율 문제이다. 현재 하위 7~8% 상태, 즉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100명의 동일 월령 남자 어린이 중에서 겨우 뒤에서 7~8번째 체중 수준이다. 사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하위 14~15%는 되었었는데 최근 들어 아이가 평소보다 더 심하게 안 먹어서 그런지 체중 감소가 두드러진다. 키백분율도 하위 20% 상태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재용이에게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건강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분명히 만성 식욕부진일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하고 고약한 식습관을 원천적으로 교정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재용이 부모님은 오늘도 심각하게 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아이들의 만성적인 식욕부진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너무나 많다. 만성적인 식욕 부진은, 일반적으로 아이가 여러 가지 이유들(ex. 식습관 불량, 오랜 질병, 스트레스, 컨디션 난조 등)로 인해서 하루에 두 끼 이상 먹이기 힘들 정도로 식사에 대한 흥미를 크게 잃은 경우를 말한다.

 위의 사례와 같이, 보통 30분~1시간 이상 열심히 수저를 들고 쫓아다녀야 겨우 한두 수저 마지못해 먹어줄 정도로 먹는 것에 거의 관심이 없고, 심지어 하루 종일 굶겨도 아이가 배고프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심각한 편식, 간헐적 폭식, 잦은 구토를 비롯해서 오심(메슥거림), 헛구역질, 멀미, 잦은 트림(악취 동반), 복통 등의 증상들이 만성적인 식욕부진과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자주 보이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유형의 아이들을 보통 '비계(脾系) 허약아(또는 소화기계 허약아)'라고 정의한다. 비계 허약아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들을 보이게 된다. 이 가운데 적어도 30% 이상의 소견이 아이에게 나타나고 있을 때 비계 허약아를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는 가까운 한의원에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진찰과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유 드린다.

 1. 만성적인 식욕부진 증상을 자주 보인다.
 2. 배꼽 주위의 빈번한 복통(특히 조금 찬 음식이나 약간이라도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을 호소한다.
 3. 아랫배 주위의 잦은 불편감이나 더부룩한 느낌을 호소하거나, 배(장)에 가스가 잘 차고, 수시로 방귀를 끼며 방귀 냄새가 아주 독하다.
 4. 걸핏하면 체하고, 구취(입 냄새)가 심한 경우가 많다.
 5. 변이 늘 풀어져서 나오거나 잦은 설사 또는 변비가 심하다.
 6. 배에서 꾸르륵 꾸르륵 하는 소리가 잘 난다.
 7. 손발이 차고 얼굴빛은 황백색으로 윤기가 없는 편이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왠지 무기력해 보이고, 팔다리가 나른하다고 하며, 권태감을 잘 느낀다. 체중이 잘 늘지 않을 뿐 아니라 체중 백분율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져 있는 상태, 최근 몇 개월간 먹는 양이 절반 이하로 줄었거나, 키와 체중이 최근 몇 개월 동안 거의 (전혀) 변화가 없다.
 8. 장염으로 고생했던 경우가 많다.
 9. 어른들로부터 '아이가 뱃골이 작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10. 밥을 먹고 나서 바로 또는 밥 먹는 도중에 속이 불편하다고(또는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화장실로 달려가 대변(대부분 묽은 변)을 보는 경우가 많다.
 11. 영유아 때부터 모유나 분유의 하루 총 수유량이 600mL 전후였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아 하루 종일 조금씩 나눠 먹였다.
 12. 밥보다 과자나 음료수를 더 좋아한다. 또는 초콜릿, 사탕과 같은 단 것만 찾는다.
 13. 부모님이 편식이 심한 편이고 외식을 즐긴다.
 14. 혈액 검사상 빈혈(특히 철결핍성 빈혈)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15.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고, 혹시 먹더라도 결국은 다 토해버린다.
 16. 아이가 씹는 것을 싫어하고 음식을 오랫동안 입에 물고 삼키려 하지 않는다. 보통 한 끼 식사 시간이 30분 이상 걸린다.
 17. 영유아 때 영아산통(infantile colic)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18. (특히 여자아이들의 경우) 배가 차갑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19. 갑자기 환경(캠핑, 여행, 1차 양육 담당자 교체 등)이 변하면 속으로 안절부절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일반적으로 '향사양위탕합보화환합자음건비탕 가감방'이나 '육군자탕합지출환합정전가미이진탕 가감방' 또는 '곽향정기산합평위산합보중익기탕 가미방' 등과 같이 비계 허약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체질별 한약 처방 복용과 정기적인 침구 치료를 통해 관리한다. 사상체질의학적 관점으로 살펴보았을 때, 위와 같은 비계 허약아들은 '소음인'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가정에서는 '진피차'나 '생강차' 등을 아이에게 꾸준히 섭취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더불어, 배의 중요한 근육 중 하나인 '복직근'의 만성적인 근육 경결 상태를 세심하게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일 복직근 경결이 있다면,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 꾸준하게 침치료를 받거나, 따뜻한 수건(또는 핫팩)을 복직근에 대어서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또한 아이가 혹시 새우잠을 자고 있는지의 여부도 확인해야 하는데, 늘 구부정하게 자세를 하고서 새우잠을 자게 되면 복직근 경결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배를 평평하게 하고 다리를 굽혀서 자는 것도 만성 식욕부진 및 잦은 복통을 해결하는데 있어 염두에 둘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아이에게 배 마사지를 시행하되, 아주 살살 피부를 쓰다듬듯이 하는 '결합 조직 마사지(Connective Tissue Massage)'를 해줘야 목표로 하는 만성 식욕부진 개선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한방소아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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