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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도 떠나는 미 연준, 트럼프色 짙어진다

등록 2017.11.21 15: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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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재닛 옐런 의장이 14일 유럽중앙은행 정책 패널에 참석해 옆사람의 말을 듣고 있다. 옐런 의장은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이사를 새 의장으로 지명해 4년 단임으로 끝나게 됐다. 2017. 11. 14.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재닛 옐런 의장이 14일 유럽중앙은행 정책 패널에 참석해 옆사람의 말을 듣고 있다. 옐런 의장은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이사를 새 의장으로 지명해 4년 단임으로 끝나게 됐다. 2017. 11. 14.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새 의장 취임과 함께 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성향과 색채가 노골화 될 전마이다.

옐런 의장이 이사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은 관례상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의장이 임기를 끝낸 뒤 이사회에 남아 있었던 경우는 1948년 매리너 애클스가 마지막 사례다.

또 옐런 의장이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비판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트럼프 행정부와 손발을 맞춰 나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공화당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옐런 의장은 법적으로 내년 2월3일 임기가 끝나지만 제롬 파월 차기 의장 지명자(현재 이사)가 취임 선서를 하는 즉시 연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파월 지명자의 의회 청문회는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연준 이사진은 7인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3명이 공석이다. 옐런 의장이 떠나게 되면 파월 지명자와 랜들 퀄스 금융 감독 담당 부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등 3명만 남게 된다.

연준 이사의 임기는 14년이고 통상 2년에 한 명씩 순차적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4년의 임기 중 2명의 이사를 임명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사들의 조기 사임(옐런 의장, 스탠리 피셔 전 부의장, 대니얼 터룰로 전 이사)으로 모두 올해 임명한 랜들 퀄스 부의장을 포함해 5명을 자신의 손으로 뽑게 됐다. 파월 차기 의장 지명자도 자신이 지명한 것을 감안하면 7명 중 6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책 성향에 있어 연준과 트럼프 행정부의 일체감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추진해 온 금융규제를 완화할 시장 친화적 인물들로 이사진이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제롬 파월(오른쪽) 현 연준 이사와 악수하고 있다. 2017.11.03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제롬 파월(오른쪽) 현 연준 이사와 악수하고 있다. 2017.11.03


트럼프 대통령의 '월가 선호' 기조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골드만 삭스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등용했다.
 
이런 경향은 연준 인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파월 지명자와 퀄스 부의장은 모두 사모펀드 칼라일을 거쳤다. 또 현재 차기 연준 부의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세계 최대 채권투자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연준 이사로 거론되는 데이빗 맬퍼스 전 트럼프 캠프 경제 고문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출신이다.

 물론 정부와 민간 사이에 인력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의 특성상 월가 출신이 중앙은행 주요 직위에 임명되는 것이 낮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학자적인 성향이 강했던 옐런 의장이나 피셔 전 부의장, 터룰로 전 이사가 연준을 떠나고 민간 금융권 출신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초 옐런 의장은 피셔 부의장과 터룰로 전 이사와 같은 동맹을 잃었고,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과반수를 임명할 수 있게 해줬다"며 "오바마 시대의 유산은 이제 영향력이 미미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오바마 행정부 때와 크게 기조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3%의 경제 성장을 약속한 만큼 저금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저금리를 선호한다'고 밝혀 통화 준칙을 강조하는 공화당과는 의견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연준 의장 인선에서 공화당 다수가 지지했던 매파 성향의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 대신 중립 성향의 파월 지명자가 낙점된 것도 이런 성향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연준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앞서 임명한 퀄스 부의장이 매파인 만큼 비둘기파 또는 중립 성향의 인물들이 더 많이 이사로 선택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차기 연준 지도부의 통화정책과 관련, "파월은 미국의 저성장을 떠받치기 위해 연방 기준금리를 (낮은 상태로) 조여 저금리를 지속하려고 하는 것 외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과 물가상승률 간의 반비례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곡선이 효과적인 통화정책의 틀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데다, 연준 위원들의 인식 속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더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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