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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커지는 연기금]'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본격화…자본시장 영향은

등록 2017.11.21 16: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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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커지는 연기금]'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본격화…자본시장 영향은

600조 '큰 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기폭제 될 듯
연기금, 국내주식투자 비중 커…재벌 견제 '연기금 역할론' 주목
배당성향 강해 주식시장의 새 화두로 떠 오를 듯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6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큰 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임박하면서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제출 예정인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7월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를 맡긴 바 있다. 이번 연구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기준과 프로세스, 조직편성 등의 세부시행 방안이 담기며 다음달 20일까지 제출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도입 여부가 결정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주주친화적 정책을 감안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활동을 공개하자는 내용의 의사결정권 행사지침이다. 기업 가치 향상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기관이 투자 대상 기업의 주주총회 등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라는 얘기다.

큰 저택에서 주인 대신 집을 관리하는 청지기(스튜어드)처럼 기관들이 투자를 할 때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맡긴 돈을 자기 것처럼 소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4년 11월 금융위원회가 도입 계획을 밝힌 뒤 공청회와 제정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해 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었다.

이미 일부 자산운용사들과 자문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상태인데도 국민연금의 도입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때문이다. 국민들의 노후자금 6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자산규모 기준 세계 3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주무르는 국민연금의 위탁사 선정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자산운용사들은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수 밖에 없다. 국내 1등 연기금인 만큼 다른 연기금들도 자연스레 국민연금의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의 방아쇠를 당기는 셈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회사는 11개 자산운용사(PEF운용사 포함)와 2개 자문사 등 13개 기관에 불과하다.

또 자산운용사, 보험사, 증권사. 은행 등 51개 기관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계획서를 제출, 참여 예정자로 등록돼 있지만 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 참여는 전무한 상태여서 국민연금의 참여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일본에서도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이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표됐지만 확산이 더뎠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145조엔(약 1412조원)을 주무르는 GPIF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위탁운용사에도 코드 도입을 요구하면서 참여 기관이 2016년말 214개로 늘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르면 연말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정하면 다른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도 연쇄 반응을 일으켜 내년부터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연내 적용을 고려하는 기관이 많다는 점과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질인 수익률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18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부터는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기대해볼 수 있는 효과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다. 당초 우리나라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논의됐던 배경에도 재벌 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이로 인한 투자자 손실 등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방관자적 태도의 기업경영을 해결하겠다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반면 한국은 오너에게 집중된 과도한 힘의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즉 지배구조의 견제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의 세부지침에 있어서도 한국은 특히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 관여의 범위에 있어 가장 넓고 세밀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기금은 국내 기업의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연기금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국민연금 등이 지분 보유 기업의 의사결정과 기업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남용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현 정부의 재벌개혁에 연기금이 첨병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로 배당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 중 하나로 낮은 배당성향이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코드 도입을 계기로 연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 일본에서도 GPIF가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투자대상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배당성향 및 배당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경우 이미 2015년 국내주식 배당 관련 추진방안을 의결한 바 있고 투자 기업들의 낮은 배당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돼 의결권 활동이 강화될 경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요구가 증시의 주요 화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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