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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성지' 등극한 홍릉동부아파트 직접 가보니

등록 2017.11.23 10: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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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홍릉동부아파트'에 태양광 미니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총 4개동 371세대로 이뤄진 청량리동 '홍릉동부아파트'는 '태양광 미니발전소 전 세대 설치'라는 의미 있는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전체 371세대 가운데 338세대(91%)에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2017.05.24.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홍릉동부아파트'에 태양광 미니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총 4개동 371세대로 이뤄진 청량리동 '홍릉동부아파트'는 '태양광 미니발전소 전 세대 설치'라는 의미 있는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전체 371세대 가운데 338세대(91%)에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2017.05.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홍릉동부아파트)는 '태양광 성지'로 불린다. 단순히 태양광 발전 비중이 많아서가 아니다. 주민들의 주도적 참여와 관의 맞춤형 지원이 빚어낸 미래형 에너지 협치마을이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홍릉동부아파트를 찾았다. 동대문경찰서 인근에 위치한 이 아파트 단지는 4개동 371가구로 구성됐다. 햇볕이 잘들지 않는 1~2층 가구를 제외하고 각 가구의 베란다에는 검정색 소형 태양광 집광판이 촘촘히 박혀 있다.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서면 '에너지 자립마을 구민교육'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29일 오후 2시부터 입주자대표 회의실에서 '자원순환과 에너지'라는 주제로 교육이 이뤄진다는 내용. 이 아파트가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로 지정돼있음을 알 수 있다.

 에너지자립마을의 증거는 여러군데 널려있었다.

 103동 입구에 있는 벤치에는 스마트폰 충전 장치가 부착돼 있다. 사람이 앉는 자리에는 소형 태양광 발전기가 달려있다. 말로만 듣던 '태양광 벤치'다.

 아파트 진입부에는 발전기와 텃밭이 연결된 '태양광 텃밭'이 있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전동기를 돌려 텃밭에 작물을 기른다.

 아파트 단지 곳곳을 둘러보다 민한식(66) 관리사무소장을 만났다. 민 소장은 기자에게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가 태양광 아파트로 변신한 과정을 소개했다.

 민 소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민대표들은 지난해 연말께 이익잉여금을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하던 중 태양광 아파트로의 변신을 결심했다.

 아파트 이익잉여금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이 아파트만해도 지하주차장 이용권(1개월당 5만5000원꼴)을 외부차량에 판매했더니 1년에 4000만원 가까운 돈이 생긴다. 여기에 게시판 광고료와 재활용품 판매대금 등 잡수입까지 더하면 1년에 5000만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이 생긴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 각 가구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가 달려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 각 가구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가 달려있다. [email protected]

이에 당시 이용수(63) 입주민대표자회의 회장은 동대표들을 모아놓고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의 핵심사업인 태양광 발전기 설치에 동참하자고 설득했다. 

 그는 "에너지를 절감하고 원전하나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자"며 "이익잉여금으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익잉여금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청산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써 가구별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이 회장의 설명에 상당수 동대표들이 동의했다.

 그러나 일부 입주민들은 거부감을 표했다. 외관상 보기 싫을 수 있고, 저층 지대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의 혜택을 못 본다는 것이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기준을 제시했다. 기준은 ▲전체 세대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추진한다 ▲외관상 보기 싫지 않아야 한다. 위치와 방향 등 기준을 정하고 일률적으로 설치한다 ▲저층세대는 나무 때문에 가려지니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한다 등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발전기는 물론 에어컨 실외기 거치대 위치까지 정해 발전기들이 일직선상에 놓이도록 했다.

 1~2층 저층세대는 베란다 창 대신 옥상을 이용하게 했다. 옥상에 1~2층 세대용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선을 1~2층까지 연결했다. 전선이 거추장스럽지 않도록 스테인리스 파이프관 속에 넣었다. 옥상은 태양의 위치에 따른 제약이 적어 오히려 효율이 더 높았다.

 이정도로 신경을 쓰자 반대하던 일부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올해 3월 중순부터 설치가 시작돼 5~6월께 전체 371가구 중 350가구가 태양광 발전기를 베란다에 달았다.

 1가구당 설치비용 60여만원 중 서울시가 44만원, 구청이 10만원을 지원했다. 가구당 자부담분인 12만5000원은 전액 아파트 이익잉여금에서 지출됐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 민한식 관리사무소장이 단지 안에 설치된 태양광 벤치를 소개하고 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 민한식 관리사무소장이 단지 안에 설치된 태양광 벤치를 소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는 아파트의 자산이 됐다. 주인이든 세입자든 차별 없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사실상 영구적으로 설치했다. 입주민이 이사를 가더라도 발전기를 떼어갈 수 없게 했다.

 설치가 마무리되자 발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전체 세대의 4~9월 전기요금을 합산해보니 전년동기 대비 2700여만원이 줄었다. 1개월에 450만원씩 아낀 셈이다.

 어떤 가구는 추가로 35만원을 내고 발전기를 하나 더 달았다. 그 결과 전기 생산량이 이용량을 넘어 전기계량기가 거꾸로 도는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홍릉동부아파트가 태양광 성지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받는 결정적 계기는 올해 5월 '2017 서울시 환경상 대상'수상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 공로로 이 상을 수상했다.

 대상 수상후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문의가 쇄도했다. 제주도에너지공사에서 문의전화가 왔다. 멀리 부산에 있는 다대포 현대아파트의 입주자대표자회의 회장은 직접 차를 몰고 와서 현장을 둘러보고 갔다.

 홍릉동부아파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전철수 의원(동대문1)의 권유로 에너지 자립마을 공개모집에 참여했고 인증을 받았다. 올해 6월 인증을 받아 지원금 700만원이 지급됐다. 이 돈은 아파트 단지 안 관리사무소·헬스장·노인정·경비원휴게실·미화원휴게실·주차장램프 등에 설치된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교체하는 데 쓰였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 민한식 관리사무소장이 태양광 텃밭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 민한식 관리사무소장이 태양광 텃밭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민 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은 단지 내 여론 주도층인 노인회 임원, 전현직 동대표, 통반장 등을 설득해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이끌어냈다.

 홍릉동부아파트는 이제 또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내년에는 에너지 절약 평가를 실시해 가구별 등수를 매기고 시상한다. 또 승강기 안 타고 계단 걷기 운동 등을 통해 공동전기요금을 줄여 관리비를 절약할 방침이다.

 입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권모(44)씨는 "원래 태양광발전에 관심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설치하자는 여러모로 번거로웠는데 관리사무소가 대신 설치해줘 고마웠다"며 "겨울철 전기장판을 쓰면 한달에 전기요금이 4만~5만원 나왔는데 이번에는 3만원 정도 나왔다. 평균 1만원 정도 절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환경상을 받아 주민으로서 자랑스럽다. 집값도 올랐으면 좋겠다"며 "세대수가 적으니 일시에 일을 추진하기 좋다. 똘똘 뭉치면 앞으로는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입주자대표회의는 '태양광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수회장은 "내년에는 관리사무소나 노인정 등 공용 부문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 한다"고 밝혔다.

 주민주도에 관의 적극적 지원으로 태양광 성지로 등극한 홍릉동부센트레빌아파트의 미래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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