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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소년극 넘은 현대판 동화…말들의 집

등록 2017.11.23 10: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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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말들의 집'. 2017.11.2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말들의 집'. 2017.11.2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독일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을 온전히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연극 '말들의 집'(연출 김현우)을 보는 내내 해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들의 집' 속 미로는 쉽지 않다. 중반에 돌입하기까지 이진주, 이서진 그리고 두 사람 이름에 공통된 글자를 딴 '진'까지, 이들의 관계망이 어슴푸레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들의 집' 속에 갇힌 채 어느 주머니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상상력의 키를 찾아야 하는 상황.

학교 옥상 난간에서 비틀거리는 고등학생 진주와 서진의 내뱉는 정박과 변박, 높은 음과 낮은 음의 말들이 멀미를 일으킬 때 '말들의 집'은 청소년극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 채 스릴러의 외피를 뒤집어쓴다.

왕따 같은 내용이 극사실주의라 오히려 초현실주의 같이 느껴지는 회화적 질감의 줄거리와 이런 뉘앙스를 부추기는 조명은, 탈출구가 없는 청소년들이 찾는 위태로운 옥상을 닮았다.

진주 또는 서진(스포일러라 정확히 밝힐 수 없다)이 현실이라는 중력장에서 휘지 않기 위해 선택한 안전망은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로 지어진 집처럼 거짓말로 지어진 집, 즉 '말들의 집'이었다.
 
【서울=뉴시스】 연극 '말들의 집'. 2017.11.2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말들의 집'. 2017.11.23.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해 케네디센터의 '뉴 비전 뉴 보이스(New Visions New Voices)에 참여해서 작품을 개발한 박춘근 작가는 불과 75분 안에 소녀들이 왜 말들의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지 인물들의 심리의 세밀화, 사회 구조화의 풍경화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놓았다.

극에 온점이 찍히면, 관객들의 말들의 집을 나와 오히려 쉼표를 찍게 된다. 실제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지어놓은 말들의 집에 하나씩 귀를 기울일 차례니까. 함께 흐르는 눈물은 미안함 또는 공감의 빗금이다. '말들의 집'은 세련된 어법의 현대판 동화다. 단순히 청소년극이라는 수식만으로는 아깝다. 

두 여학생을 연기하는 배우 백혜경, 김벼리는 청소년의 때처럼 눈부셔서 시리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다양한 장르로 수작을 연이어 내고 있다. 오는 12월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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