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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앙상블·무대의 절묘한 화음…뮤지컬 '타이타닉'

등록 2017.11.23 16: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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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타이타닉'. 2017.11.23.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타이타닉'. 2017.11.23.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브로드웨이 초연 20년 만에 국내 첫 선을 보이고 있는 '타이타닉'은 '앙상블의 뮤지컬'이다. 특정 누군가를 클로즈업하기보다 무대에 오르는 대부분의 인물을 조명한다.
 
문종원, 윤공주, 임혜영 같은 대극장 주연급 배우들도 열외가 아니다. 일부 배우는 최대 다섯 개의 배역까지 연기하는 멀티-롤(Multi-role) 뮤지컬인데, 배우 25명이 안기는 탄탄한 합의 쾌감이 상당하다.

남녀의 사랑에 주로 초점을 맞춘, 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릿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1997)은 금세 잊혀진다.

뮤지컬은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다. 타이타닉호 사건 자체를 모티브로 삼았다. 1912년 4월10일 영국 사우스햄프턴에서 출항해 항해 5일만인 같은 달 15일 북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작곡가 모리 예스톤과 작가 피터 스톤이 1997년 초연했고 첫 해 토니상에서 5개 부문,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 1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같은 해 뮤지컬 초연보다 뒤늦게 개봉했다. 영화 '타이타닉'보다 앞서 뮤지컬이 인정받은 셈이다.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선주는 미국에 무조건 빨리 닿아 세를 과시하려 하고, 이번이 마지막 항해가 될 선장은 그럼에도 선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타이타닉호 설계자는 뒤늦게 침수를 막을 수 있었던 방법을 놓고 후회한다. 2등실 승객은 1등실의 화려함을 꿈 꾸고, 많은 이들이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이 배를 택했다.

당시 세상에서 움직이는 물체 중 '가장 거대했던' 타이타닉호는 지난한 세상의 압축판으로, 뮤지컬은 지금도 충분히 투영 가능한 얘기를 한다. 위기에 빠졌을 때 인간들의 군상은 예나 지금이나 정확히 병치된다.

솔로나 듀엣곡보다 합창곡의 비중이 높은 점도 앙상블 뮤지컬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에릭 셰퍼 연출은 특정 장면을 부각하기보다 전체로 봤을 때 풍경화처럼 질감을 만들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타이타닉'. 2017.11.23.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타이타닉'. 2017.11.23.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뮤지컬 '타이타닉'에서 또 다른 특기할 만한 점은 무대(디자이너 폴 테이트 드푸)다. 거대한 '타이타닉' 외부가 아닌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무대 양쪽에 자리 잡은 11m 높이의 철제 탑 사이에 다양한 각도의 빗금 형태로 놓인 철제 구조물이 타이타닉호의 웅장함을 은유한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동선의 정박과 변박뿐만 아니라 점차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에 따른 심리 고조의 높낮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한다는 점이 탁월하다. 이런 무대의 미학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1층 앞 열보다는 2층 객석이 알맞아 보인다.

수많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것에 치중된 1막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빼면, 배우들의 생생한 호연과 무대의 다채로운 상징성이 절묘한 화음을 빚어내 몰입감을 안긴다.  

문종원이 서경수와 함께 타이타닉 호의 설계자로서 첫 항해에 함께 했다가 비극을 맞이한 앤드류스를 연기한다. 윤공주는 세계적인 부호들을 동경하는 발랄한 여인 앨리스 빈, 임혜영은 부잣집 딸로 가난한 애인과 결혼하려는 캐롤라인 네빌을 연기한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프로듀서가 이끄는 이번 한국 프로덕션은 2018~2019년 시즌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새롭게 만들었다. 2018년 2월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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