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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 기죽이는 '엉터리' 임금 통계

등록 2017.11.30 09:00:00수정 2017.12.05 09: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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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민 기죽이는 '엉터리' 임금 통계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고용노동부가 매달 발표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통해 올 1~9월 누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이 351만원(세전 기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평균 수치가 너무 높아 공감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결과가 나왔느냐'부터, '자괴감이 든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기자에게 직접 "내가 이렇게 무능력자인지 생각하게 하는 뉴스다. 정말 이해가 안되는 데이터"라며 항의성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데이터가 추출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업체노동력조사는 상용 5인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5인미만 사업체에 다니는 약 140만명의 근로자를 제외하기 때문에 실제 평균임금보다 더 높게 책정된 경향이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는 "5인미만 사업체가 상용직이 아닌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임금순위가 낮은 분들이 많기 때문에 사업체노동력조사의 평균임금과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이 다소 다르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또 사업주들의 답변을 토대로 집계된다. 인사담당자가 임금대장을 토대로 보고하는 구조인데 잘못된 자료를 제출해도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근로시간 통계다. 이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 평균 근로시간은 169.9시간이다. 이를 주당 평균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39.2시간이 된다.

 현재 국회에서는 주당 68시간을 주당 52시간 기준으로 변경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안 협상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고용부 조사는 이미 주당 40시간을 달성했을뿐 아니라 정책목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평균 주 34.5시간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의 평균 근로시간 43.6시간과도 4시간 가까이 차이를 보인다.   

 이 역시 인사담당자가 임의로 작성하고 잘못된 자료를 내도 어쩔수 없는 현 조사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이런 배경 탓에 기업 인사담당자가 노동시간을 축소 보고하고 고용부는 실제보다 과소 측정된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는 사업체가 실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는 관행이 있어 조사때 정확한 근로시간을 보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엉터리 집계를 사용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통계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년에 30억원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국가의 정책이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다른 통계들도 엉터리로 조사되고 이를 토대로 국가정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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