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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발레 간판' 김용걸·김지영 ‘댄서 하우스’

등록 2017.12.03 08:59:17수정 2018.01.03 16: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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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0년 전에는 무조건 잘하고 싶었다.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쳐 있었지. 그래서 무엇보다 잘 뛰고 잘 도는 것만 중요했다. 지금은 철학이 더해졌다. 각자 가치관도 뚜렷해지고. 근데 더 양보하고 잘 의견을 맞추게 되더라."(김용걸)

"오빠는 가족이 생겼다. 아들까지 있다. 그런 환경의 변화가 춤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김지영)

한국발레계의 간판인 김용걸(44) 교수(한예종 무용원)와 김지영(39)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또 호흡을 맞춘다.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성수)이 오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댄서 하우스'를 통해서다.

올해는 김용걸과 김지영이 만난 지 20주년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97년. 1995년 국립발레단 입단 후 급부상하던 김용걸은 발레강국 러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바가노바 발레아카데미 출신으로 발레단 입단 전부터 이름을 날린 김지영과 첫 만남을 상세히 기억했다.

최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용걸은 "정말 잘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한껏 긴장하고 있었지. 근데 통통하고 귀여운 친구더라"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후 두 사람은 1990년대 후반 간판 콤비로 활약했다. 1998년 프랑스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듀엣 부문 1위를 차지했는데 실제 부부가 아님에도, 비슷한 생김새와 찰떡궁합의 호흡 때문에 일부에서 '부부'로 오인받기도 했다.

각자 세계에 진출하면서 호흡을 나눌 일이 줄어들었다. 김용걸과 김지영이 2000년과 2002년 각각 파리오페라발레단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으로 진출한 이후에는 2005년 '해적'을 비롯해 간간히 호흡을 맞춰왔다.

올해 들어 유독 함께 무대에 오를 일이 많아졌다. 지난 7월 '제14회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8월 '무용인 한마음축제' 등이다.

이번 무대는 춤뿐만 아니라 두 무용수의 내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자리라 더 특별하다. 20대에서 40대가 되면서 변화한 몸과 생각 그리고 지금과 가장 어울리는 춤을 찾아가는 자리다. 두 사람은 총 여섯 무용수가 릴레이 공연하는 이번 무대에서 7~8일을 책임지는데 표는 이미 거의 다 팔려나갔다.

【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email protected]

김용걸과 김지영은 "춤과 이야기를 통해 나이 듦에 대해 나누고 싶다"고 바랐다. "발레를 하는 사람들의 무대지만 관객들이 보시기에 어떤 부분은 본인들의 '삶과 똑 닮아 있구라'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춤 레퍼토리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파드되(2인무) 3개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작품은 '백조의 호수'의 1막 2장의 백조 오데트와 지그프리드 왕자의 2인무.

장충동 국립극장에 국립발레단이 있던 시절, 두 사람이 해당 2인무를 연습하던 영상이 두 사람의 실제 무대와 함께 교차되며 상영된다. 김용걸은 "그 때 우리와 지금의 우리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영은 "연습실에서 시작하는 설정이 마음에 든다"면서 "이전에 보여드렸던 파드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동시에 두 사람을 연습시키기도 했던 국립발레단 단장을 지낸 임성남(1929∼2002)을 기억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일반 관객뿐 아니라 후배들이 임성남 전 단장을 비롯해 한국 발레계의 선배들을 잘 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올해가 임성남 선생님 15주기다. 몇몇 행사가 있었지만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후배들은 외국 발레리나, 발레리노 이름을 줄줄이 대면서 정작 한국 발레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관객분들에게 우리 발레 역사에 이런 분이 계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발레계의 멘토셨는데, 우리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김용걸)

"한국 무용수로서 임성남 선생님 같은 분들하고 인연을 맺었다는 걸 영광이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조금이라도 나눴으면 한다."(김지영)

두 번째 파드되는 김용걸이 안무한 '여정'. 삶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에 그 곁에 있는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그린 모던한 작품이다. 두 사람이 춤을 출 때, 피아노 반주에 맞춰 카운터 테너가 노래를 부른다.

【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email protected]

마지막 파드되는 지난 '무용인 한마음 축제'에서도 두 사람이 선보인 김용걸의 안무작 '쇼팽과의 산책'. 김지영의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는 "작품이 너무 예쁘다. 의상도 고급스럽고 너무 사랑스런 작품"이라고 흡족해했다.

이와 함께 이번 공연에서는 두 사람이 고민하는 춤 그리고 발레 환경에 대해 털어놓는 속내도 들을 수 있다.

김용걸은 한예종에서, 김지영은 국립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발레 교육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제대로 된 발레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동된 의견이다.

"만약 1만 명이 무용을 하면 잘 하는 친구 30명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 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발레 문화를 만들기 어렵다. 특별하게 잘하는 친구들을 제외하면 실력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김용걸)

무용수들은 자신들에게 환갑의 나이나 다름없는 40대에 접어들면, 슬슬 은퇴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두 사람은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살인 유니버설발레단(UBC) 전 수석무용수 황혜민의 최근 은퇴 무대 '오네긴' 공연 당시 객석에 앉아 있었다. 발레단에서 화려한 은퇴식을 마련해준 것에 대해 동료로서 기뻐했다.

김지영은 "한국의 발레 역사가 짧다 보니 무용수들의 끝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많다. 슬프게 쓱 사라지는 무용수들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혜민 씨가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면서 "이후 그녀처럼 기여도가 큰 무용수들이 멋지게 은퇴할 수 있는 전통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봤다.

【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용걸·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댄서 하우스'. 2017.12.03. (사진 = 목진우 제공) [email protected]

김용걸 역시 "혜민 씨와 (황혜민의 남편으로 현역 생활은 하지만 UBC는 함께 은퇴한) 재용 씨를 향해 팬들이 "발레해줘서 고마워요"라는 플래카드를 든 이벤트를 할 수 있었던 건 두 사람이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이기 때문"이라면서 "당분간은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은퇴할 무용수는 드물다"고 했다.

김지영을 살짝 언급하자 김용걸은 "지영이는 한참 후에 은퇴할 거라, 언급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후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영이가 최근 무용수로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특별한 부딪힘 없이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것 같다"고 봤다. "20년 전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며 같이 나눴는데 현재도 옛날과 세세한 내용은 다르지만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한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그 고민을 나누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최근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김지영은 "'춤을 더 춰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빠가 좋은 제안을 해줘서 '내가 춤을 추는 걸 아직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웃었다. "아직 입장을 정리는 못했지만, 점점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건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객의 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대중화 레퍼토리인 이번 무대에는 한예종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배우 한예리, 미국 무용단에서 활약한 성창용,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을 받은 한국 무용수 출신 연극배우 김남건, 미국 뉴욕의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에서 활약한 엠넷 '댄싱9' 출신 스타 최수진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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