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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 '저체중 출생아'를 둔 부모들의 한숨

등록 2017.12.07 0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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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 '저체중 출생아'를 둔 부모들의 한숨


얼마 전 만 6세가 된 남자 어린이 민성이(가명)에게는 또래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아직도 밤에 소변을 제대로 못 가리는 탓에 매일 기저귀를 차고 잠자리에 들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큰 놀림감이 될까봐 유치원에서 가는 캠핑에 민성이는 다른 핑계를 대면서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사실 민성이는 태어날 때부터 무척이나 작고 약했다. 민성이 어머니의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는 바람에 예정일보다 한참이나 일찍, 그것도 제왕절개로 급하게 태어나게 되었는데, 출생 당시 체중이 1.9kg 밖에 안 되는 '저체중 출생아'였던 것이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장과 발달이 모두 늦었다. 특히 만 3세가 될 때까지도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몇 마디 안 될 정도로 표현 언어 발달이 너무 지연되어서 부모님 마음을 많이 졸였다. 다행히 이후에 언어 문제는 괜찮아졌지만, 키와 체중 백분율은 아직까지 하위 3% 이내로 유치원에서 제일 작은 상황이라 가족들 걱정이 많다.

더군다나 툭하면 징징대며 울고, 새로운 사람이나 낯선 환경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서 멀리 가족 여행도 잘 떠나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이가 아프다고 해서 치과에 갔더니 단 것을 별로 많이 먹이지도 않는데 벌써 충치가 2개 생겼다고 한다. 특별히 좋아하는 운동도 없고, 놀이터에서 잠깐 놀다가도 너무 잘 넘어지며, 여기저기 멍이 잘 들어서 들어오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는 얘기를 하며 업어달라고 호소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민성이에게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건강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선천적인 허약 체질에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증상들을 하나씩 원천적으로 교정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민성이 부모님은 오늘도 심각하게 하고 있다.

필자의 임상 사례 중 하나인데,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저체중 출생아'로 태어나서 상당 기간 동안 다양한 '허약 징후'를 보이는 문제들로 인해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다.

저체중 출생아란 재태 기간(보통 38~40주)과 상관없이 출생 당시 체중이 2500g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최근 만혼(晩婚) 등의 영향으로 난임 부부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의 체외 수정(시험관아기 시술) 등 난임 시술의 증가로 쌍둥이와 삼둥이 등 다태아가 20여년전(1995) 통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더군다나 현대 의료 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인해 수많은 저체중 출생아가 안전하고 무사히 태어나게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저체중 출생아는 우리 주위에서 더욱 많이 접하게 될 전망이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런 유형의 아이들을 '신계(腎系) 허약아'(또는 선천면역 허약아, 선천적인 성장발달 허약아, 비뇨생식기·근골격계 허약아)로 정의한다. 신계 허약아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들을 보이게 된다. 아래에 언급된 전형적인 신계 허약아 증상들 중에서 적어도 30% 이상의 소견이 아이에게 나타나고 있을 때는 가까운 한의원에 아이와 함께 방문하셔서 진찰과 상담을 받아 보실 것을 권유 드린다.

1.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빈뇨), 밤에 잘 때 오줌을 팬티에 지리는 경우가 많고, 오줌을 오래 참을 수 없는 경우(다뇨)가 많다.
2. 야뇨증(1차성 또는 2차성)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3. 간혹 혈뇨(피 섞인 오줌)가 나오거나, 탁하고 거품이 나고 냄새가 심하고 진한 소변을 보며, 배뇨 시 가끔 통증을 호소한다. 
4. 치아 발육이 또래보다 늦거나 치아가 잘 썩는다.
5. 머리카락이 힘이 없고, 가늘며, 윤기가 없는 편이고, 머리숱이 또래보다 적은 편이다.
6. 머리카락 색깔이 약간 노랗게 보인다.
7. 원인 미상의 소아 원형탈모증이 생긴 적이 있다.
8. 얼굴이나 눈 주위가 자주 붓는다.
9. 뼈가 가늘고 약한 느낌을 받는다.
10. 여아인 경우 생식기 주위에 분비물이 묻어 나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11. 얼굴색이 검은 편이고, 손발이 차갑거나 추위를 잘 탄다.
12. 저체중 출생아나 미숙아, 쌍둥이 또는 유전적 결함(발달장애)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가 많다.
13. 재태 기간(보통 38~40주)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너무 일찍 태어났거나, 임신 중 산모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아이의 출생 당시 산모의 체중이 오랜 입덧이나 여러 가지 임신성 합병증(당뇨병, 심한 빈혈, 갑상선 질환) 등의 이유로 충분히 늘지 못한 상태였다.
14.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툭하면 잘 넘어지며, 멍이 잘 들고, 다리가 아프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15.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 발달(특히 표현 언어 발달)이 늦다.
16. 아이가 겁이 매우 많고, 낯선 상황이나 낯선 사람을 지나치게 무서워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눈물을 자주 보여서 울보 소리를 많이 듣는다.
17. 안색이 창백하고, 왠지 기운(힘)이 없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육미지황탕합축천환 가감방'이나 '신기탕 가감방' 등과 같이 신계 허약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체질별 한약 처방 복용과 정기적인 침구 치료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또한 가정에서는 '황기'나 '가시오가피' '산약' '산수유' 등을 아이에게 꾸준히 한방차 형태로 섭취하도록 해주는 것도 보조적으로 좋은 방법이다.

/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한방소아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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