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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포럼] <下>아베노믹스 한계와 전망

등록 2017.12.11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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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포럼] <下>아베노믹스 한계와 전망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일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기업들의 순이익도 2년째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경제 성장률은 7분기 연속 플러스 행진 중이다. 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고용시장에서는 구인난을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일본의 실업률은 3%를 넘지 않아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이같은 경제 지표 개선은 아베 신조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이 5년간 추진해 온 '아베노믹스'의 외형적인 성과다. 아베노믹스가 쏘아올린 세개의 화살은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 기간 동안 쌓여온 만성적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본 경제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존재한다.  외형적으로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은 분명하지만 성장의 질적 측면에서 보면 합격점을 주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아베노믹스 성장 전략의 핵심은 공급 측면을 강화해 수요 부문으로 파급효과를 일으키는데 있다.
아베 정부는 팽장적인 통화·재정 정책,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면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이 뒤따르면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 진작을 통해 총수요가 증대되면 기업 투자가 늘고, 이는 공급 부문을 더욱 강화해 경제에 긍정적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같은 선순환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임금 상승과 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하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률이 2014년 이후 3년 연속 2%를 넘어섰다지만 현재 일본의 근로자 임금은 2000년대 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72.2%에서 2015년 67.8%까지 떨어졌다. 상장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60조엔(2600조원)에 달할 정도로 기업 실적은 좋은 상황이지만 성장의 온기가 가계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소비는 기대하는 수준 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일본은행(BOJ)의 목표치인 2.0%에 한참 못미치는 0.8% 수준이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 등 극약처방에도 물가가 1%를 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 부진에 있다.

설비투자 지표에도 착시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2013~2016년 설비투자는 연평균 3.3%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84조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또 기업의 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만큼 설비투자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설비투자가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 등에 집중돼 생산능력 확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일본 경제의 성장세는 수출 호조와 정부 지출이라는 두 축이 떠받들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 강화→수요 증대'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통화·재정 확대라는 두개의 화살은 갚아야할 '부채'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

적극적인 정부의 '돈 풀기'로 일본의 재정건전성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39%로 세계 1위다. 10년 전(184%)에 비해 55%포인트나 높아졌다. 미국(107%), 독일(68%), 프랑스(96%) 등 다른 선진국과 차이도 매우 크다.

실험에 가까운 통화정책은 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했고 유럽 중앙은행(ECB)도 긴축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BOJ는 저물가에 대한 부담으로 아직까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화살인 '구조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화·재정 확대는 단기적인 경기 진작을 통해 기초적인 성장 여건을 만드는 시도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필수적이다.

일본은 아베 내각 출범 후 신성장 동력 발굴, 경제구조개혁, 규제완화 등 구조개혁 과제를 추진해 왔지만 이해 관계자들과 정치적 반대자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도쿄=AP/뉴시스】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5일 한 노인이 신문을 읽고 있다. 2017.07.05

【도쿄=AP/뉴시스】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5일 한 노인이 신문을 읽고 있다. 2017.07.05


여기에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는 향후 사회보장비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일본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5명 수준으로 아베노믹스 시행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가 금융과 실물 부문에서 일정 부문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최종적인 성패는 구조개혁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 회복과 재정 건전성 같은 문제들도 결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조언한다.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례적인 경기회복이 계속되고 있다"며 "구조개혁을 단행할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기 부양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 여건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 '2단계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고 있다.

첫번째 화살은 '강한 경제'다. 1단계 아베노믹스를 지속 추진하되 '개혁 2020' 프로젝트 등 구조개혁 과제에 더 무게를 실었다.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을 통해 2022년 GDP 600조엔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육아 지원'과 '사회보장'은 두번째와 세번째 화살이다. 보육서비스 개선과 여성 경제활동 지원 등을 통해 출산율을 1.8명까지 늘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간병 인력 확보와 노인 취업 촉진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집권 자민당이 지난 10월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2단계 아베노믹스'는 추진 동력을 얻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일 기자회견을 통해 "2020년까지 3년간을 생산성 혁명과 인간만들기 혁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며 "국민 신임을 바탕으로 강력한 경제정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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