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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대담한 자가 살아남는다"

등록 2017.12.11 10: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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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대담한 자가 살아남는다"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암살과 납치의 가장 큰 약점은 불명예스러운 싸움방법이라는 점이었다. 암살과 납치는 당시를 지배하던 정치문화의 약점을 온전히 이용하는 한편, 바로 그 문화 전체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고전적인 '죄수의 딜레마'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암살과 납치를 가장 먼저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엄청난 보상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곧 모든 사람이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되면 정치질서도 변할 것이고, 이것이 모든 통치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74쪽)

유발 하라리(41)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쓴 '대담한 작전'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하라리는 에피소드 식의 구성을 통해 특수작전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방대한 유럽과 중동의 역사가 화려하게 서술된다.

아울러 각 챕터 사이의 빈 공간들로 독자들의 관심과 상상력이 뻗어나가도록 유도한다. 십자군 운동과 암살조직 니자리파, 셀주크튀르크, 오스만튀르크, 그리고 백년전쟁과 합스부르크 제국까지. 이 책을 통해 유럽과 중동의 역사에 대해 깊고 풍부한 교양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라리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 한복판에서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 전쟁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조직들은 이스라엘의 인구 밀집지역과 국가적인 상징을 콕 집어서 공격했고,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사령관, 정치인을 납치하거나 암살했다." 그가 처해 있는 엄혹한 현실이 이 책을 집필하는 데 중요한 동기가 된 것이다.

"특수작전이 지닌 문화적 매력 덕분에 특수작전이 국민들의 사기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력도 늘어났다. 국가의 이미지, 특히 국가의 남성적 이미지가 특수작전에 크게 녹아 있기 때문에, 작전이 성공하면 국민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실패하면 정규작전이 실패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크게 사기가 떨어진다. 특수작전의 성공이 언제나 화려해 보이는 만큼, 실패는 굴욕적이다. 임무에 참가한 특수부대원들은 국가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영화관과 게임 화면에서 본 특수작전과 실제 특수작전을 동일시하는 데 익숙하다."(25쪽)

이 책의 구성 방식은 독특하다. 제1장에서 중세시대 특수작전을 개괄적으로 분석·해설하고, 제2장부터 제7장까지는 각 챕터마다 '독립적인'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각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공간이 저마다 다르며, 이에 따라 역사 속에 명멸한 수많은 인간 군상의 모습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시대의 경우 1098년 십자군 전쟁부터 1536년 프랑스-합스부르크 전쟁까지 긴 시간대상에 위치해 있고, 사건의 무대가 되는 공간도 세 편은 중동의 시리아 레반트 지역(제2~4장), 나머지 세 편은 프랑스 전역(제5~7장)에 넓게 펼쳐져 있다. 등장하는 인물만 해도 250명이 넘는다.

특히 제2장부터는 서술의 방식이 완전히 바뀐다. 즉, 분석적인 서술을 멈추고 스토리텔링을 대폭 강화한다. 각 챕터에서 소개되는 특수작전 사건을 중심으로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완성도 있게 제시된다. 하라리는 방대한 자료를 가로지르며 팩트와 상상력이 어우러진 균형 잡힌 서술을 한다.

하라리는 "이 책을 쓰면서 나는 특수작전이 사실은 현대 대중문화 속의 깔끔하고 멋들어진 이미지와는 한참 동떨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특수작전들을 영웅적이고 용감한 기념비적 사례로 보기보다는 더 넓은 맥락에서 대략적인 그림을 제공하려고 애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 주제에 관해 더 균형 있고 비판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데 나의 노력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김승욱 옮김, 440쪽, 프시케의숲,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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