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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암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를 극복하려면

등록 2017.12.13 0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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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암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를 극복하려면


67세 남성 A씨는 약 1년 전 위암 진단을 받았다. 사실 A씨는 2~3년 전부터 상복부 불쾌감과 팽만감이 반복적으로 있었고 명치 부위가 자꾸 살살 아팠었는데, 그냥 일반적인 소화불량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잦은 어지러움과 식욕부진, 체중감소 및 심한 피로감 등의 증상이 연이어 나타나서 혹시나 싶어 내과에 가서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위암 진단이 덜컥 나온 것이다.

다행히도 생존율이 높은 조기 위암이라고 해서 암 수술도 받고 열심히 항암 치료 중인데, 다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최근 들어 너무 피로감이 심해져서 하루 종일 의욕도 없고 정신이 나간 듯 얼떨떨하고 멍하니 지내느라 삶의 질이 말도 못하게 떨어지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담당의에게 상담을 했더니 아마도 '암성(癌性) 피로'인 것 같다고 하며 신선한 야채나 과일, 충분한 유제품을 섭취하고 아울러 과음과 흡연, 스트레스를 피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A씨는 의사 상담 이전부터도 그런 방법들을 이미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피로감은 별다르게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다. A씨는 오늘도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눈 뜨기조차 힘든 체력 상태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A씨와 같은 '암성 피로(Cancer-Related Fatigue)'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암성 피로란 암 자체 또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피로감을 말한다. 이는 종양의 성장, 항암화학요법, 생체반응조절물질, 분자표적치료, 방사선치료, 빈혈, 통증, 스트레스, 수면장애와 불량한 영양상태 등이 원인이다.

암성 피로는 매우 지속적인 특정이 있으며 그 피로의 정도가 너무나 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회복되지 않아서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의욕을 잃게 만든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약 30~40%의 유방암 환자가 치료가 끝나고 5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에도 현저한 피로를 호소한다고 한다. 처치 받은 암 치료 종류가 많을수록 그 정도는 심하다. 예를 들면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모두 받은 환자는 하나의 처치만 받은 환자보다 더 높은 피로를 호소한다.

사실 암성 피로는 진행성 암일수록 더욱 흔한데, 종양 관련 치료나 골수 이식을 받는 환자에게서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암의 종류와 단계에 따라서 적게는 25%, 많게는 거의 100%의 암 환자들이 암성 피로를 경험하고 있기에 적절한 임상적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내인성으로 인한 질병(內傷)을 음식상(飮食傷)·노권상(勞倦傷)·칠정상(七情傷)·방로상(房勞傷) 등으로 구분하는데 암성 피로는 대표적인 노권상에 해당된다.

노권상에는 2가지가 있다. 노력과도(勞力過度)로 인한 것은 원기(元氣)가 손상되고, 노심과다(勞心過多)로 인한 것은 심혈(心血)이 모상(耗傷)하는데, 노심과 노력이 동시에 과도하면 기혈(氣血)이 모두 함께 상한다. 

최근 국제학술지인 영국의 '임상종양학저널'에 따르면 302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성 피로에 대한 침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했다.

유방암 환자 302명 중 75명에게는 기존의 표준적 치료만 시행하고, 227명에게는 기존의 표준적 치료에다가 침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시작 전에 피로 측정 지수인 일상피로점수(GFS)를 측정하고, 각각의 치료를 6주간 진행한 후 다시 측정하여 얼마나 피로가 감소하였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기존의 표준적 치료만을 받은 그룹은 평균 점수가 0.62 감소했지만, 침 치료를 병행한 그룹은 3.72 감소했다. 침 치료 병행 요법이 기존의 표준적 치료만 시행했을 때보다 유방암 환자의 암성 피로 감소에 있어 월등하고 확실한 임상적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암성 피로에 대해서는 침 뿐만 아니라 탕약도 매우 효과가 크다. 예를 들면 '보중익기탕'이나 '십전대보탕', '인삼양영탕’ 등의 처방은 암성 피로에 매우 효과적이다.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황기,인삼, 백출, 감초, 당귀, 진피, 승마, 시호로 구성된 처방인데 특히 '인삼'이나 '황기'처럼 기허증(氣虛證)를 치료하는 한약이 임상적으로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2012년과 2013년에 대규모 연구가 미국에서도 이뤄졌다. 40곳의 364명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삼(wisconsin ginseng)이 암성 피로 극복에 임상적으로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이미 나왔다. 이러한 연구는 미국 의료기관에서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었으며 '임상종양학저널'과 같은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어 있다.

또한 최근 발표된 ‘말기 암환자에서 한의학적 완화치료법 현황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이라는 논문(암 관리법에 의한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영국, 미국, 대만, 일본, 중국과 비교분석한 논문)을 살펴보면, 먼저 침 치료는 구토와 불안을 감소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암성 피로와 백혈구 감소증을 완화하는 것에도 효과적이었다. 뜸 치료는 구토와 암성 피로, 백혈구 감소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한약 투여는 삶의 질을 높이고 면역 체계 수치를 향상시키는데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한의학적 완화치료법은 부작용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한의학적 완화치료를 받은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가 논문으로 확인되었다.

최근 보건의료계에서 암성 피로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적극적인 관리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 미국 임상 종양협회(ASCO)와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암성 피로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와 관리를 강력히 권유하고 있다. 일차적인 치료를 마친 시점부터 시작해 치료가 종료된 후에도 암성 피로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암 치료를 받으면서, 또 치료 후에 피로감이 지속한다면 스스로 점수를 매겨서 관리가 필요한지 평가해 보아야 한다. 전혀 피로하지 않은 상태를 0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피로한 상태를 10점이라고 할 때 4점 또는 그 이상이라면 전문가의 통합적인 평가를 통해 적절한 한의학적 암성 피로 관리가 필요하다.

/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한방소아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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