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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보다 춥다"…동파에 한랭질환 사망도

등록 2017.12.13 18:33:48수정 2017.12.18 10: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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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17.12.13.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4일부터 열흘째 서울 최저기온 평년 밑돌아
"북쪽의 찬 공기 내려와서 우리나라에 영향"
차량 방전에 공업용수 관로 파열, 강 결빙도
14일까지 한파 계속…15~16일 누그러질 듯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안소현(33·여)씨는 지난 1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낸 휴가를 마치고 입국해 공항을 나서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러시아에서 경험했던 '강추위'를 한국에서도 느꼈기 때문이다.

 안씨는 "한국에 오면 조금 따뜻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더 추운 느낌이었다"며 "낮은 온도에 바람까지 강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지난 4일부터 열흘째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이 평년 기온을 밑도는 등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초겨울부터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2도다. 전날에는 -12.3도를 기록하며 올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이는 평년(-2.7도)보다 8.9도나 낮은 기온이다.

 서울 뿐만이 아니다. 한파는 전국을 강타했다. 이날 동두천은 -16.6도, 파주 -18.8도, 인천 -10.2도, 수원 -11.3도, 철원 -18.8도, 춘천 -17.3도, 대관령 -17.4도, 충주 -14.5도, 천안 -12.1도, 대구 -7도 등을 기록했다. 특히 북춘천은 -19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갔다.

 현재 중부 내륙과 경북 내륙, 전북 북동 내륙을 중심으로 한파 특보가 발효 중이다. 한파경보와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각각 15도, 10도 이상 하강해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또 아침 최저기온이 각각 -15도, -12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도 내려진다.

【하남=뉴시스】최동준 기자 = 전국에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12일 오전 경기 하남시 한강변에 위치한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관계자들이 얼어 붙은 경기장에 쇄빙 작업을 하고 있다. 2017.12.12. photocdj@newsis.com

【하남=뉴시스】최동준 기자 = 전국에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12일 오전 경기 하남시 한강변에 위치한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관계자들이 얼어 붙은 경기장에 쇄빙 작업을 하고 있다. 2017.12.12. [email protected]


 최근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이유는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와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북동쪽의 북태평양~베링해와 북서쪽의 우랄산맥 부근에 형성된 두 상층 고기압 사이에 머물던 상층(500hpa) 찬 공기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음의 북극진동이 나타나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남하할 수 있는 좋은 조건도 갖추게 됐다. 북극진동은 북극 주변을 돌고 있는 강한 소용돌이(북극 소용돌이)가 수십일~수십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양의 북극진동이면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음의 북극진동이면 평년보다 기온이 낮은 경향이 있다.

 시민들은 강추위를 실감하며 빨리 날이 풀리기를 고대했다.

 장진아(32·여)씨는 "어제 삼청동에 저녁 약속이 있어서 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식당 사장님께 여쭸더니 '요즘 너무 추워서 그런지 해가 지면 삼청동에서 사람 구경하기 힘들더라'고 하더라. 밥을 먹는 동안 이 식당을 찾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왔더니 추운 날씨 때문에 차가 방전됐다"며 "보험사를 불렀더니 방전된 차량이 많아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 약 30분을 밖에서 떨었다"고 전했다.

 강력한 한파로 사고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41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에서 1명이 사망했다. 한랭질환자 중에는 저체온증이 30명(73.2%)으로 다수였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져 정상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찾아온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부수도사업소 효자가압장에서 한 관계자가 동파로 망가진 수도계량기를 정리하고 있다. 2017.12.12.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올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찾아온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부수도사업소 효자가압장에서 한 관계자가 동파로 망가진 수도계량기를 정리하고 있다. 2017.12.12. [email protected]


 계속되는 한파로 이날 오전 울산시 울주군 온산로 학남정밀화학단지 입구 삼거리 인근 도로 지하에 묻혀있던 공업용수 관로가 파열됐다. 파열된 관로에서 새어 나온 물로 도로 일부가 침수·결빙되면서 한때 주변 일대가 교통 혼잡을 빚었다.

 강·하천 결빙 관측 장소인 영산강 산동교에서는 이날 첫 결빙이 관측됐다. 지난해(1월15일)보다 33일 빠르고, 평년(1월6일)보다 24일 빠르다. 광주기상청은 지난 11일부터 발달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광주의 일일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1~4도가량 낮아져 결빙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관 동파도 잇따랐다. 지난 12일 오전 9시11께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의 한 축사에서 수도관이 동파돼 소방당국이 축산용수 3t가량을 긴급 지원했다. 또 같은 날 오후 1시20분께 화천군 하남면 거래리의 한 보육시설에서도 수도관이 얼어 생활용수 6t가량이 지원됐다.

 서울시도 12일 수도계량기 동파예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동파 경계 단계는 일 최저기온이 -10도 미만으로 떨어질 때 발령된다. 같은 날 오전 9시 기준 경기도 수자원본부가 31개 시·군을 통해 파악한 결과 도내에서 20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사고가 신고되기도 했다.

 이번 추위는 14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10도를 밑돌겠으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낮에도 영하권 기온을 보이겠다. 기온이 점차 올라 15~16일 추위가 다소 주춤하겠지만 17일부터 다시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평년보다 2~5도 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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