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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차태현 "이름 뒤에 나와도, 임팩트 없어도 행복"

등록 2017.12.16 18:00:00수정 2017.12.16 18: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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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주연 배우 차태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주연 배우 차태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이름은 (하)정우 뒤에 나오는 것이 맞아요. 임팩트요? 저보다는 (김)동욱이에게 있죠.”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차태현은 베테랑답게 ‘양보’했다. 아니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짚었다.

차태현은 오는 20일 개봉하는, 제작비 300억원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에서 주인공인 ‘김자홍’을 열연했다.

지금까지 전작들에서 맡았던 밝고 경쾌한 캐릭터와 180도 다른, 슬프고 무거운 캐릭터다.

 자홍은 삼차사(하정우, 주지훈, 김향기)를 따라 49일 동안 저승의 7개 지옥을 돌며 ‘환생(사람으로 다시 태어남)’ 가능 여부를 재판받는 ‘망인(죽은 사람)’이다,

생전 자홍은 소방관이었다. 위험을 무릅쓴 채 여러 화재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그날도 그는 한 고층건물 화재 현장에서 어린 소녀를 성공적으로 구했으나 추락할 때 받은 충격으로 그만 저승에 왔다.

삼차사는 그를 ‘19년 만에 나타난 의인’으로 칭송하며, 그가 모든 지옥 재판을 무사히 통과해 환생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진행할 줄 알았던 재판은 위기의 연속이다. 심지어 다음 지옥을 향해 가는 길마저 순탄치 않다. 도대체 자홍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차태현은 “영화를 보시면 제가 가진 숨은 사연들의 무게를 가늠하실 수 있을 것이에요. 특히 이승에 계신 ‘어머니’(예수정)에게 꼭 전해야 하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거든요”라면서 “당연히 지금껏 했던 캐릭터와 달리 어둡고 슬플 수밖에 없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만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영화로 나온 것을 보고 나니 ‘아 한 번도 웃기는 장면이 없구나’고 싶더라고요”라며 “감독님이 ‘관객이 태현씨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고 하신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요”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주연 배우 차태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주연 배우 차태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 2부로 나뉘어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 자홍은 1부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다. 그런데도 이 작품과 관련한 각종 소개 자료에서 이름이 후배인 하정우보다 뒤에 나온다. ‘서열’에서 밀린 셈이다. 이에 대해 불만은 없을까.

“영화는 자홍이 죽음을 맞으면서 시작하고, 모든 재판은 자홍의 사연을 중심으로 이뤄지죠. 자홍의 감정이 영화를 지속해서 끌어가요. 하지만 정우가 맡은 차사의 리더 ‘강림’은 재판에서는 자홍을 변호하고, 자옥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에서는 자홍을 지키기 위해 싸우죠. 정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저보다 큰 것이죠. 그러니 제 이름이 정우 뒤에 나오는 것이 맞아요.”

차태현은 이 대목에서 자신이 전지현과 공연해 히트시킨 2001년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를 언급했다.

“당시에도 그런 얘기가 있었답니다. 지현이가 후배인데 어떻게 저보다 이름이 먼저 나오냐는. 그래서 제가 반문했죠. ‘엽기적인 그녀’인데 지현이가 먼저 나와야 하지 않냐고요. 하하하.”

하정우는 같은 주연배우라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캐릭터가 가진 임팩트 면에서 김동욱이 맡은 자홍의 동생 ‘수홍’보다 약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동욱은 한참 후배인 데다 이번 1편에서는 주연도 아닌 조연인데.

이에 대해 차태현은 “자홍은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라고 고백한다.

실제 영화에서 자홍은 재판을 받을 때는 주로 서서 ‘업경’에서 펼쳐지는 생전 이야기를 지켜보다 충격적인 과거가 드러날 때 망연자실하며 주저앉는 정도다. (차태현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발군이긴 하지만.) 지옥에서 다른 지옥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모험하는 것이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수홍은 자홍이 숨진 뒤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되고, 스펙터클한 상황을 일으킨다.

차태현은 “이승의 수홍 때문에 저승의 자홍에게 많은 일이 일어나요. 그렇다 보니 자홍보다 수홍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죠”라고 긍정한다.

“제 위치가 어떻고, 비중이 어떻고를 따졌으면 이 작품을 못 했죠”라는 차태현은 오히려 ‘국가대표’(2009)를 함께한 하정우, 김동욱과 달리 아무런 인연이 없던 자신에게 자홍을 맡긴 연출자 김용화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작품 자체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평소 좋아하는 김 감독의 신작인 점, 정우를 비롯한 여러 배우가 함께하는 멀티캐스팅 영화인 것, 국내 최초로 두 편을 한꺼번에 만들어 한 편씩 나눠 개봉하는 것이나 국내 최대 규모 CG 작업 등 새로운 시도 등 탐나는 것이 많았어요. 무조건 출연해야죠. 하하하.”

【서울=뉴시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주연 배우 차태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주연 배우 차태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고 걱정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이 영화와 관련한 모든 사람이 가진 고민이 그에게도 있었다.

가장 큰 고민은 ‘CG’였다.

“주로 그린 매트 위에서 연기하다 보니 할 때는 아주 어색했고, 하고 나서는 (후반 작업에서) CG를 입혔을 때 제대로 나올지 불안했죠. 그러다 지난 12일 ‘신과 함께’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우리 영화를 처음 보고 집에 가니 ‘내가 그동안 왜 쓸데없이 고민했을까’라는 억울한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과 영화의 차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차태현은 적극적으로 영화를 변호한다. 자홍이 아니라 강림 같다.

“인기 웹툰을 갖고 영화를 만들면 부담이 있어요. 팬들이 원작과 그대로 나오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영화는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웹툰 속 그 많은 이야기를 풀어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설정이 함축적이어야 하죠. 그런 점에서 우리 영화가 원작과 달리 자홍을 과로사한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라 의로운 죽음을 맞은 소방관으로, 차사 강림에 저승 변호사 진기한을 합친 것 등은 김 감독이 잘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차태현은 “원작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전제했지만, 앞서 2008년 강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있는 그대로 영화화한 ‘바보’(감독 김정권)에서 주연한 경험이 있는 그의 평가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신과 함께’는 20일 개봉과 함께 14일 개봉한 한국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감독 라이언 존슨)의 아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27일부터는 한국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의 도전을 막아내야 한다. 극장가에서 연말연시 시장 규모가 여름의 그것 못잖게 커졌다지만, 사투가 불가피하다.

그런 피 말리는 경쟁에 뛰어들게 된차태현의 이 말, 얼핏 들이면 천진난만하게 들리나 곱씹어 보면 자신감·자부심 등이 생생하게 녹아있는 ‘출사표’다.

“같은 시즌에 좋은 영화가 대거 개봉해 경쟁하게 돼 우리 영화도 많은 관계자가 고민하고, 걱정한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요즘 너무 즐겁고 신나요. 제가 언제 또 이런 영화 대전장(大戰場) 한복판에 서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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