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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 재계 내 온도차…규모·업종 따라 이견

등록 2017.12.17 0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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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박용만(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12.07.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박용만(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mail protected]


 대한상의, 여야 간사 합의안 일부 수용 가능성 시사
 중기중앙회 '동의한적 없어'…경총·중견련도 다른 의견
 재계, 단축 영향 중기·제조업 쪽 영향 클 것으로 판단
 "향후 입법 논의서 협상력 위한 전략적 판단" 견해도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노사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인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 재계 내부에서도 시기와 방법 등을 둘러싸고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재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법원 판결로 노동시간이 단축되기 전, 입법을 통해 도입 시기를 단계적으로 늦추자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실제 받게 되는 영향 정도가 달라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을 두고 재계 단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정치권에서 제시한 잠정 합의안을 일정 부분 수용해서라도 관련 입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여야 간사는 ▲1주일은 7일로 명시 ▲기업 규모별로 노동시간 단축 3단계 도입 ▲휴일노동 가산수당 8시간 이내 50%, 이후 100% ▲노동시간 특례제도 유지하되, 특례업종 축소(노선버스업 제외)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실제로 박용만(62)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찾아 이른 시일 내에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확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박 회장은 "기업들을 설득해 가야할 부담이 대단히 크지만, 입법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적어도 여야 간사가 합의한 수준에서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신정기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특별위원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7.12.1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신정기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특별위원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7.12.12.  [email protected]


 반면 중기중앙회와 경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등은 정치권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한 내용이 과도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대한상의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여야 합의안을 일부 수용하려는 대한상의의 움직임에 대해 '동의한 적 없다'면서 강한 태도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대한상의는 중소기업의 현실도 제대로 모른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경총과 중견기업 측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자체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대를 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 기준을 현재 논의되는 수준이 아닌 지난 2015년 9월 이뤄진 노사정 합의에 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대한상의 측과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노사정 합의에는 1000인 이상 사업장부터 4단계에 걸쳐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총과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이에 기초해 노동시간 단축 도입 시기를 전반적으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재계는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휴일수당 지급에 대한 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주당 노동시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재판으로 휴일 노동이 근로기준법에서 주 40시간 근무 이외에 규정하는 연장근로 12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

 이번에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인용할 경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종전 대비 단축되며 이를 즉시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광주광역시서구공무원노동조합 등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공무원 과로사 근절을 위한 초과근무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0.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광주광역시서구공무원노동조합 등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공무원 과로사 근절을 위한 초과근무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0.26. [email protected]


 재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법원 확정 판결이 있을 경우 기존 주말 수당 등을 소급해 노동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 등이다.

 같은 상황에 직면한 재계에서 단체들 사이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는 주된 이유는 업종·규모별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재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상대적 영향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쪽에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일이 많은 중소기업의 경우 단가 인하와 납기 단축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중기중앙회가 대한상의 측 입장에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일례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2015년 자체 분석을 통해 주당 노동시간이 52주로 단축될 경우 기업이 현재 수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부담할 추가 비용이 연 12조3000억원, 이 가운데 약 60%인 7조4000억원이 제조업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전체의 약 70%에 해당하는 8조6000억원 규모라고 추산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여러 단체가 다양한 반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입법 단계에서 점차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재계의 전략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입법 논의가 있으니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노사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수용과 반대 견해가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향후 협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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