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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백남기, 37년만에 중앙대 졸업…"하늘에서 기뻐할 것"

등록 2017.12.16 18:42:39수정 2017.12.16 19: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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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故 백남기 동문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 사위 전상규, 부인 박경숙, 김창수 총장. 2017.12.16.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故 백남기 동문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 사위 전상규, 부인 박경숙, 김창수 총장. 2017.12.16. [email protected]

중앙대, 백남기 농민에 명예졸업장 수여
백도라지 "아버지, 하늘에서 기뻐하실 듯"
교협 "법인·총장 수여 졸업장 인정 못 해"
교협, 사회부총리에 '법인갑질' 서한 전달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고(故) 백남기 농민이 16일 중앙대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1980년 민주화 운동으로 이 학교를 떠난 지 37년 만이다.

 중앙대는 이날 오후 4시30분 서울 동작구 대학원 5층 회의실에서 '백남기 동문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을 진행했다. 수여식에는 유족을 포함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김영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 카톨릭농민회, 전국농민총연맹 등도 함께했다.

 로비에는 중앙대 민주동문회가 마련한 '생명과 평화의 일꾼 고 백남기 선생님 명예 졸업장 수여를 축하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백씨를 대신해 졸업장을 받은 딸 백도라지씨는 "아버지께 49년 만에 졸업장을 받으신 기분이 어떠시냐고 물어볼 수 없다"면서 "하늘에서 기뻐하지 않을까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민주동문회에서 아버지 사고 이후 바로 달려오셔서 명예 졸업장을 취득하려 한다고 얘기해주셨다"며 "학교라는 빡빡한 시스템 안에서 명예 졸업이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동문회 측이) 노력해준 덕분에 이런 날이 온 것 같다"고 기뻐했다.

 김창수 총장은 "백남기 동문은 68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해 끝내 졸업을 못 하고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며 "떠나기 직전까지 중앙대 정신인 의와 참을 몸소 실현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겸손한 삶은 살았던 백 동문을 안타깝고 비통하게 떠나 보낸 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고인을 백남기 농부 열사로 불러드리고자 한다. 그의 의로운 희생은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 탄생으로 이어졌다"며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정신은 옆에서 숨 쉬고 있다. 나부터 고인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백씨는 1968년 이 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지만 1971년 군대가 치안을 맡은 '위수령'에 항의했다가 제적당했다. 이후 유신헌법에 맞서 저항운동을 해 1975년 두 번째 제적을 당했다.

 1980년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던 백씨는 그해 5월 초까지 민주화운동을 벌였지만 5·17 쿠데타로 계엄군에 체포돼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중앙대에서 퇴학을 당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 중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이후 뇌출혈로 서울대병원에서 대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9월25일 사망했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논란이 됐다. 이후 서울대병원은 지난 6월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

 이날 중앙대 교수협의회(교협)는 본부와 별도로 명예 졸업증서를 마련해 백씨 가족에게 전달했다.

 교협은 "백남기 선생을 존경하는 우리는 박용현 이사장, 김 총장이 수여하는 졸업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벌 갑질 폭거를 자행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 민주화 길을 열어준 백남기 동문께 자신들의 이름을 새긴 졸업장을 수여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반발했다.

 교협은 또 김 부총리에게 학교 법인의 문제점을 적은 서한을 전달했다.

 교협은 서한에서 "중앙대 법인의 문제점이 개선이 안 되는 이유는 법인이 일방적으로 지명한 김 총장의 무책임함에 있다고 판단했다"며 총장 불신임 투표를 진행한 결과 76.8% 교수들이 총장을 불신임했다. 하지만 법인은 이러한 교수들의 요구를 깔아뭉개고 김 총장의 임기를 2년 연임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립대학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미래 한국의 교육의 길을 열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산적한 교육 과제가 많지만 사립대학 적폐청산에도 힘을 실어 달라"고 김 부총리에게 요구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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