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자서전'
일본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55·是枝裕和)가 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감독 데뷔하기 전까지 '또 하나의 교육: 이나 초등학교 봄반의 기록', '심상 스케치: 저마다의 미야자와 겐지', '그가 없는 8월이', '또 하나의 교육: 이나 초등학교 봄반의 기록' 등 사회 비판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책에는 '연출'과 '조작'은 어떻게 다르고, 재현이 아닌 생성되는 것을 찍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그의 고민과 반성이 녹아있다.
'디스턴스'(2001)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을 연출했으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년 넘게 영화를 찍으며 만난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 경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대한 생각 등을 담은 책이다.
감독 스스로 밝히는 영화 창작의 비밀과 이를 둘러싼 무수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영화 스틸, 그림 콘티, 스케치, 메모, 시나리오 초고 표지, 추억의 사진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별한 귀한 자료들도 실려 있다.
"'환상의 빛'은 감독으로서는 반성할 점이 굉장히 많은 작품입니다. (…) 무엇보다 가장 괴로웠던 점은, 직접 열심히 결정하며 그린 300장의 그림 콘티에 스스로 얽매여 있었던 것입니다. 콘티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콘티를 버리면 되었을 텐데, 당시 저는 그런 것조차 몰랐습니다. 주위는 모두 베테랑인데 저만 현장이 처음이니 불안도 컸겠지요."('환상의 빛'-25쪽)
책의 마지막 장은 영화 감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가 전하는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로 꾸려졌다. 제작비와 흥행 수입, 배급 수입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는 백 년의 역사를 그 거대한 강에 가득 담고 내 앞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며 "강은 말라붙지 않았으며, 아마 앞으로도 형태를 바꾸며 흘러갈 것이다. '모든 영화는 이미 다 만들어졌다'라는 말이 진실인 양 떠돌던 198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사람은 '지금 내가 만드는 것이 과연 정말로 영화인가'라는 물음을 언제나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불안'도 피로 이어진 듯한 연대감도 모두 뛰어넘어, 순순히 그 강의 한 방울이 되기를 바랐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끼는 두려움과 동경이 조금이라도 독자들에게 전해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지수 옮김, 448쪽, 바다출판사,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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