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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 '육군자탕'의 뚜렷한 악액질 개선 효과

등록 2017.12.19 0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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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기 박사의 세살면역 여든까지] '육군자탕'의 뚜렷한 악액질 개선 효과


만 55세 여성 A씨는 약 2년 전에 위암 진단을 받아서 현재 투병중이다. 항암 치료 과정이 힘들어서 그런지 최근 6개월 동안 체중이 평소보다 5kg 이상 줄었고, 얼굴에 핏기가 없으며, 가벼운 산책도 힘들 정도로 다리 근육이 많이 부실해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 활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수행할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아예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입맛도 심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 사실 A씨는 입맛이 2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으며, 아예 입맛 자체가 거의 없어서 산해진미 앞에서도 식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다소 심각한 상황이다. 몸이 왠지 무겁다는 느낌이 들고 여기저기가 붓고 어지러움 증상도 자주 나타난다. 한 달 전에는 가벼운 감기가 갑자기 폐렴으로 진행돼 크게 고생을 한 적도 있어서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아예 외출 생각을 못하고 있다.  

암 환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A씨와 같은 '암성 악액질'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위암, 대장암, 식도암, 췌장암 등과 같은 소화기암 환자들에게서 암성 악액질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

세계적인 IT 기업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약 한 달여 전에 공개된, 온 몸에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던 초췌한 모습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충격적인 장면이 전형적인 암성 악액질 환자의 모습이다.

악액질(惡液質, cachexia)은 일반적으로 악성 종양(암) 진행 과정에서 흔히 수반되는 급격한 체중 감소, 심한 체력 감퇴, 비자발적인 근육 소실, 빈혈, 소화불량 등의 임상 증후군을 말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암이 진행되면서 생산되는 독성 물질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되지만, 아직 원인 규명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일본 국립암센터-암연구소 연구진이 암(특히 위암·대장암·식도암 등과 같은 소화기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식욕부진 및 체중·체력 감소, 만성 소화불량 등 고도의 전신 쇠약 증세를 통칭하는 악액질 상태에 대해 '육군자탕(六君子湯)'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임상적 개선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했다.

역류성 식도염, 기능성 소화불량 등과 같은 흔한 소화기 질환이나 암 환자의 섭식 장애 등에 수 천년 동안 사용되어 왔던 전통 한약 육군자탕은, 일반적으로 식욕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분비를 유도하여 식욕을 증진시키고 위장관 운동을 촉진시킨다고 알려져 왔다.

육군자탕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혈중 그렐린(Ghrelin) 농도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시상하부에서의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제(GHS-R) mRNA는 증가했고, 식욕 부진 현상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렐린 저항성이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 육군자탕이 그렐린 신호를 강화시켜 그렐린 저항성을 개선함으로써 암성 악액질에 대한 임상적 치료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추론하였다.

놀랍게도 영양 불량은 암 관련 사망 원인의 20~40%를 차지한다. 특히 췌장암, 소화관암 환자는 80%가 영양불량이다.

영양이 양호한 암환자는 불량한 암환자보다 2배 이상 치료 효과가 좋다는 논문 보고도 있다. 더불어서 영양이 양호한 암환자는 입원 기간 역시 짧아지고 감염증 등의 위험률도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암환자의 50~80%가 암성 악액질을 경험하고 이로 인해 영양 결핍이 생긴다. 암환자는 속이 메스껍고 먹지 않아도 포만감이 들고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생기며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이 변해 악액질을 경험하게 된다.

만성 식욕 부진은 항암 치료 중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서, 보통 항암치료 중이나 항암치료 후 진행성 암 환자에게 나타나서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해한다. 암 관련 만성 식욕부진으로 인한 체중 감소는 진단시 15~40%를 차지하며, 진행암의 경우는 80% 이상까지 증가한다.

사실 특정한 한약 처방이 암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효능에 대한 연구들은 이미 많이 진행되었다.

황기(黃芪)를 기본으로 하는 한약 처방을 현저한 식욕부진이 있거나 과거 6개월간 5% 이상의 체중 감소가 있었던, (양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던 성인들에게 3주간에 걸쳐 하루 3회 경구 투여시킨 결과 식욕 부진 정도가 평균 6에서 4로 유의성 있게 감소하였고, 최대 체중의 중앙값 또한 54.6kg에서 55.6kg으로 증가하는 결과가 별다른 부작용을 동반하지 않으면서 나타났다.

암(특히 소화기암) 치료 과정 중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인 심각한 만성 식욕 부진 및 급격한 체중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만성 피로 및 기력 소진 때문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환자들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고 또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고 미리 자포자기하거나 또는 괜히 근거 없는 이상한 민간요법을 찾느라 몸고생 마음고생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다양한 임상적 경험을 통해서 뿐 아니라 최신의 과학적 실험 방법을 통해서도 그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모두 뚜렷하게 입증된 육군자탕과 같은 한약 처방을 잘 받도록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황만기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한방소아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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