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관치논란' 금융지주, 지배구조개선부터 나서라
관치 운운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기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둔 상황이라 당국이 우회적 압박으로 회장 인선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역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금융권 CEO들이 물갈이 돼 왔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애초에 관치 논란의 빌미를 준 장본인이 바로 금융지주 스스로들이란 점이다. 대표적인 게 '셀프연임' 구조다.
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의 멤버들은 사외이사들로 꾸려진다. 이 사외이사들을 선임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등이 참여한다. 회장이 뽑아 놓은 사외이사들이 다시 차기 회장을 뽑는 '상호추천' 구조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거수기로 전락, 회장의 '제왕적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국의 개입에 금융권도 즉각 반발하는 모양새다. 내년 3월 새 회장을 선출하는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하는 안을 논의키로 했다. 셀프연임 논란이 거세지자 마치 당국 보란듯 이같은 결정을 내놨다. 하지만 김 회장이 회추위에서 빠진다고 한들 이같은 우려가 없어지진 않는다. 나머지 회추위 멤버들의 선임 과정을 고려하면 회장의 영향력은 털끝하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자체가 문제될 건 없다. 실력있는 CEO가 경영을 잘 하면 계속 자리를 지켜도 좋다. 다만 그 연임 과정에 있어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돼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관행처럼 이어져온 셀프연임 구조의 사외이사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관치논란도 매번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관치를 막으려면 먼저 금융권이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