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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시 기다리라니…유족 두번 울리는 이대병원

등록 2017.12.29 12: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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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시 기다리라니…유족 두번 울리는 이대병원

【서울=뉴시스】유자비 기자 =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신생아들의 유가족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7일 오후 2시께 유족들은 이대목동병원 1층 로비에서 '유가족 입장문'을 발표하고 병원 측에 사망원인 등의 질문을 담은 질의서를 전달했다.

 수십명의 취재진 앞에서 유가족 대표는 "정말로 원하는 것은 지금도 단 하나다. 바로 사건 전날까지만 해도 의료진으로부터 아이들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갑작스레 사망에 이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라며 다소 떨리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공개 질의가 끝나고 유가족 대표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며 "이렇게 언론 앞에서 말하는 것도 굉장히 부담이다. 어지간하면 (조사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다"는 말로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했다.

 최대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려고 했던 유족들이 직접 나서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병원의 태도'였다. 사건 발생 10여일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병원의 해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사건 초기부터 미숙한 수습 태도로 질타를 받았다.

 사건 발생 다음날 병원은 유가족을 제외한 언론브리핑을 열었다. 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한 유가족이 "유가족이 먼저냐. 언론이 먼저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20일 처음 열린 병원과 유가족간 면담에서도 병원 측은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유족들이 배석을 요구했던 홍보실장이 나오지 않았고, 뒤늦게 나타난 후에도 '진료 중에 나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퇴장했다는 것이다. 사망까지 경위에 대한 설명 자료도 짧게는 7줄에 불과했다.

 1차 면담이 20분만에 파행됐지만 2차 면담을 진행하거나 유가족과 접촉하려는 병원 측 시도는 없었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입장문에서 "이 국면이 다른 사건들로 인해 잊혀지기를 바라는 듯 우리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는커녕 사망원인에 대한 설명도 하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유가족들이 요구한 기간에 맞춰 28일 오후 1시께 공개 질의에 대한 답변을 전달했다.
 
 병원은 회신에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병원측으로서는 아버님, 어머님들께 뭐라 말씀드릴 수 없을 만큼 당황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며 가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관계 당국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를 좀 더 기다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유가족들은 다시 언론에 "병원은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 모든 답변을 사실상 거부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내야 했다. 

 아직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병원의 과실 등 책임 여부는 보건당국의 조사와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따져볼 문제다.

 하지만 병원 측이 유족들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불신이 계속 커진다. 병원 측이 이날 회신에서 "아버님, 어머님 이야기를 듣고 같이 아픔을 나누기 위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한 답변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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