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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평창 구상 앞세워 단일팀 논란 정면돌파 시도

등록 2018.01.17 17: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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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 후 한 선수의 스틱에 사인을 하고 있다. 2018.01.17.  photo1006@newsis.com

【진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 후 한 선수의 스틱에 사인을 하고 있다. 2018.01.17. [email protected]


 남북 단일팀→평화올림픽→관계개선 단초···기존 논리 재확인
 장관→총리→대통령 거치며 단일팀 의지 명분쌓기
 선수 희생 불가피···체육계 반발 수습이 관건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대화국면을 계속 살려나가고, 아울러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평창 구상' 과정에 남북 단일팀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단일팀 추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정부 방침을 최종 확인하는 수순을 밟으며, 단일팀 추진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진천의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격려방문한 자리에서 "만약에 함께 (남북이) 공동입장을 하거나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훨씬 더 좋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며 "국민과 또 세계 사람들은 그런 모습들 보면서 감동을 받을 것이고, 앞으로 남북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출발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남북 단일팀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 것은 최근 체육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형평성 논란을 사전 진화하기 위해 택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정부는 여자 대표팀 엔트리 23명에 북측 선수를 추가하는 방식의 '23+α 단일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는 우리 선수단 23명을 유지하고 (북한 선수를) 플러스 알파로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2분 간격으로 선수를 교체하는 아이스하키 종목 특성상 국내 선수가 출전을 못하거나 배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도 장관의 주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선수가 우리 선수의 쿼터를 뺏는 게 아니라 선수단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협의 중"이라며 "북한 선수 가운데 기량이 뛰어난 선수 몇 명을 추가해 1∼2분씩 함께 뜀으로써 전력이 강화되는 것을 선수들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여자 아이스하키는 메달권에 있는 팀도 아니고 우리 팀은 세계랭킹 22위, 북한은 25위"라며 "우리 팀은 올림픽에서 한두 번이라도 이기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무부처 장관과 국무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국내 대표팀의 희생을 최소화 하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체육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인식과 일방통행식 단일팀 추진 방침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안방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만 바라보며 땀과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이겨낸 젊은 여자선수들에게 가혹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림픽을 보름 앞둔 시점에서 개최국 엔트리만 늘리는 방안은 규칙을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될 뿐더러 대표팀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기회가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탁구 국가대표 출신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나 또한 이 말을 항상 되새기며 활동한다. '최소한 선수단과 소통은 먼저 돼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스포츠 아나운서는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 보니 이런 무지한 이야기를 용감하게 내뱉을 수가 있다"며 "선수를 1~2분마다 교체하는 이유는 체력 때문이다. 교체도 전술이고 어떤 라인을 어떻게 투입하는지도 감독의 작전이다. 교체를 막 하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의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팀워크를 맞추려면 그만큼 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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