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자서전 통해 엿본 文대통령의 '분노' 발언 배경

등록 2018.01.18 14:57: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7.03.22.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모습.(사진=뉴시스DB). 2017.03.22.

'운명적 관계' 盧 언급에 참을 수 없었던 듯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례적으로 격노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이 '운명적 동지'라고 밝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 보인 데 따른 조건 반사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정치보복을 나란히 언급하자 9년 전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키지 못하고 30년 지기를 떠나보냈다는 가슴 속 한(恨)과 부채의식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분노로 표출될 수 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운운한 데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단어를 동원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문 대통은 이어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을 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 부정이며 정치근간을 벗어나는 일"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분노', '모욕'이라는 직접적이고 강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게 그런 말(노무현 죽음·정치보복)을 듣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의 '분노'라는 말은 센 게 아니다"고 했다.

 이처럼 격노한 이면에는 9년 전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거꾸로 '정치보복'을 입에 담는 것 만큼은 참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노코멘트'로 일관하던 청와대 입장이 무색할 만큼 하루 사이에 직접 강도 높게 비난한 것에서 문 대통령의 감정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격한 반응이라 생각지 않는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은 곧 문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9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 하는 국면을 담은 챕터의 제목을 '정치보복의 먹구름'이라고 지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2009년 4월30일은 '치욕의 날'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인간 문재인'의 인식이 자서전 곳곳에 녹아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거꾸로 '정치보복'을 운운하자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분노가 개인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의 표현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을 때 속으로 삼켰던 분노가 이날에서 터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노 대통령과 우리는  그 때 엄청나게 인내하면서 대응했다. 그 일을 겪고 보니 적절한 대응이었는지 후회가 많이 남는다. 너무 조심스럽게 대응한 게 아닌가하는 회한이 있다"고 적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이 불안해 할 이야기를 일방에선 계속 쏟아내고 있는데 정부 책임감만으로 언제까지 인내만 하고 있으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그것은 또다른 무책임이다. 지금까지 인내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