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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잔돈 받으면서 알았다”...’어느 날’ 성찰의 센스

등록 2018.01.18 17:45:39수정 2018.01.18 17: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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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잔돈 받으면서 알았다”...’어느 날’ 성찰의 센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잔돈 받으면서 알았다
내 것 이란
이만한 거스름돈이면 된다
한푼 두푼이면 된다
나 자유다 절망의 자유다”(어느 날 21)

 고은 시인이 시집 '어느 날'(발견)을 냈다. 1960년대부터 버릇처럼 쓰던 단시가 모여 두꺼운 연작이 됐다.

 217편의 '어느 날'이 담긴 시집은 성찰의 센스가 넘친다.

"오후 1시 10분은
오후 1시 15분을 모른다
괜히 영원이라는 낱말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어느 날 33)

"옛날에는
기교에 졌다
이제는
기술에 진다
내 정신이란 이다지도 허약하여라"(어느 날 88)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노시인의 원숙하고 노련한 시적 상상이 돋보이는 연작시"라며 "여전히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과 부면들에 대한 통찰과 관련되는 비판과 저항 정신이 번뜩인다. 다만 통찰이나 비판의 대상이 반민주주의 사회에서 비인간적 사회,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 배타주의적 편견 사회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고 평했다.

 100년도 못사는 인생, 미수(米壽)를 앞둔 노 시인의 '어느 날'은 허무주의가 가득하다.

“김동리 선생
산소 호흡기에다
무엇에다 3년째
4년째 누워서
누가 병문안 온 줄도 까맣게 모르다가 눈 감았지
박이문 형
진한 치매에다
무엇에다
1년 가웃 휠체어 타다말다
저 알아보십니까
나 알아보겠니 따위 듣는 둥 마느둥
그러다가 눈 감았지
남도 화순 송기숙 형
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난 날 얼얼한 웃음도 없이 입가생이 침 흘리는 하루
저물지
이것이 내 엊그제이지 오늘이지”(어느날 18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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