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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기현 중개협회장 "네이버 굿바이...'한방'으로 독자노선"

등록 2018.01.19 08:52:09수정 2018.01.19 1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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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18일 서울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 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1.1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18일 서울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 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1.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변호사에 이어 네이버도 '한방'으로 해결하겠다."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중개협) 사무실에서 만난 황기현 중개협회장은 올해 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난 2015년 11월 당선된 뒤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의 임기 동안 유독 이슈가 끊이지 않아서다. 포털사이트와 방 구하기 앱, 직거래 사이트, 스타트업은 물론 변호사까지 부동산과 무관해보이는 업체들이 다발적으로 중개시장에 뛰어들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앱과 스타트업도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상대는 변호사와 네이버다. 중개협은 지난 2년여 변호사와의 소송전을 끝내고 올해에는 네이버와 전쟁에 돌입한다.  
 
 황 협회장은 "허위매물이 많다거나 하는 일 대비 중개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논리로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중개사의 고유영역을 침해하는 일이 너무 잦았다. 그들의 논리를 듣다보니 상당수가 중개사의 고유 업무와 전문성을 평가절하한다고 느꼈다. 또한 이들이 난입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여론의 비난은 중개사를 향했다"고 토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중개협)에서 만든 앱 '한방' 홍보게시물. 모델은 배우 이시영. (자료제공 = 중개협)

한국공인중개사협회(중개협)에서 만든 앱 '한방' 홍보게시물. 모델은 배우 이시영. (자료제공 = 중개협)

고민 끝에 내린 답은 '한방'이었다. 한방은 중개협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및 앱 플랫폼이다.

 그는 직·다방이나 네이버 등의 의존도를 없애고 중개사들이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과열경쟁으로 혼탁해진 중개시장을 바로잡고 중개사가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기존 시스템이었던 'k-ren'의 이름을 대중친숙도가 높은 '한방'으로 바꾸고 배우 이시영을 모델로 채택했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가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던 전자계약시스템을 과감하게 끌어왔다. 중개사가 매물을 올려 광고하고 계약이 이뤄졌을 때 전자계약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을 구축한 셈이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대대적인 홍보도 필요했다. 광고비만 30여억원 쏟아부었을 정도로 '한방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다. 바로 지난 2년 변호사와의 소송전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무등록 중개업)로 재판에 넘겨진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 변호사에게 무등록 중개업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 무죄를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017.12.1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무등록 중개업)로 재판에 넘겨진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 변호사에게 무등록 중개업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 무죄를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017.12.13. [email protected]


 중개협은 공승배 변호사가 출시한 부동산 중개 및 법률자문 서비스인 '트러스트 부동산'의 중개사법 위반 재판에서 1심 결과를 뒤엎고 지난해 말 2심에서 최종 승리했다. 트러스트 부동산이 심지어 상고도 취하했으니, 사실상 변호사가 중개사 자격증 없이 중개시장에 진입하는 길이 원천차단된 셈이다.

 그는 "공 변호사는 재판 내내 수수료는 법률자문에 대한 대가일 뿐 중개에 대한 보수는 아니라고 변론했다. 정말 궤변이다. 수수료란 매도·매수자 간 계약이 성사될 때 지급하는 것인데 이 수수료료가 중개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법률자문만의 수수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소송을 계기로 변호사들이 중개사 업무가 단순 계약서 작성 정도로 보고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사실 중개업무는 다양한 관련 지식을 총 망라해야 하는 영역이다. 거래상대를 찾아 매물을 보여주고 그들 사이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가격을 맞춰 계약을 이끌기까지 기나긴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개사는 매물의 입지적 특성이나 부동산 시장의 흐름, 빠르게 변하는 세제나 정책 등을 공부해야 한다. 그는 "이런 지식이 기반이 됐을 때 매도·매수자를 조율하고 계약으로 이끌 수 있다. 전문성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18일 서울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 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1.1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황기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18일 서울 청룡동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 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01.18.  [email protected]


 이번 소송전 승리를 계기로 중개사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한방'을 앞세워 더 이상의 업역침해를 막고 네이버 의존도를 없애는 방식으로다.

 그 신호탄으로 지난해 말 전국 공인중개사가 일제히 네이버에 매물을 올리지 않는 '셧다운'에 돌입했다. 이같은 운동은 세종시와 대전, 부산, 제주 등의 지방을 중심으로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황 협회장은 "우리가 네이버에 매물을 올린 덕분에 네이버는 광고수입을 얻는데, 오히려 네이버는 우리에게 매물게재 광고비를 요구하고 있다. 중개사들이 광고비 과다지출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우수 공인중개사 제도를 실시한다면서 중개사 간 경쟁을 부추기고 줄 세우기를 한다. 중개사에게 등기부등본이나 전화번호 내놓으라며 각종 부동산 정보도 요구한다. 이는 네이버의 갑질을 넘어, 부동산 데이터베이스화의 시작이라고 이해했다. 이같은 위기의식에 전국 공인중개사가 들고 일어섰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더 이상 포털에 끌려다닐 수 없어 대대적인 '네이버 갑질'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네이버를 넘어 우리가 존립하려면 한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협회장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 나의 목표는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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