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체육계 전체가 불안·불만

등록 2018.01.19 08:59: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7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 세탁기 기탁식'에서 김병지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2017.02.07  kjh9326@newsis.com

【안동=뉴시스】 김병지

청와대 핵심 관계자 "단일팀 아니었다면 누구도 아이스하키 주목하지 않았을 것" 발언 논란
체육계 동요·격앙 "정치로 오염되는 일 없었으면"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정부가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했다. 체육계는 "스포츠가 결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김병지(48)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논란에 대해 "헌신을 다해 흘렸을 땀의 가치가 빛을 발할 올림픽 출전의 목표가 정치적 우선의 평화 모색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 증명하기 쉬운 큰 평화를 위해 작고 소중한 가치가 짓밟힌다면 지금 보여주 듯이 순수 스포츠가 정치적 저항을 보여줄 것이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겼다.

남북은 17일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올림픽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의 최종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 5~6명을 추가해 대회를 치른다는 복안이다.

올림픽 엔트리는 23명이다. 이를 '23명+α'로 확대해 달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엔트리는 22명으로 북한 선수들이 합류할 경우, 일부 한국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게 된다.

단일팀은 대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됐다.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 올림픽만 바라보며 고생한 이들이 피해를 입고 상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마저도 국제적인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만에 하나 남북이 이미 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합의한 상황에서 상대국들의 반대로 엔트리 확대가 불가능해지면 몇몇 한국 선수들이 빠져야 하는 최악의 장면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단일팀 논란이 오히려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임태훈 기자 = 유승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이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으로 출국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우리나라에서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참석한다. 2018.1.18.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유승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우리가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부분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남북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아이스하키 팀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도 전혀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다른 종목의 감독은 "같은 체육인으로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불쌍하다. 높은 분들은 '계속 피해가 없을 것이다'고 하는데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고 짚었다. "정부가 인기 종목인 축구에서 올해 러시아월드컵 단일팀을 하자는 이야기는 꺼낼 수 있겠느냐. 아마 난리가 날 것"이라며 "여자 아이스하키가 비인기종목에 메달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도자는 "평화올림픽을 염원하는 정부의 고뇌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포츠를 이런 방식으로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로 오염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 외에 6~7월 러시아월드컵, 8~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 남북 평화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판단이 서면 단일팀이 단발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 2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탁구 전설인 유남규와 현정화 감독이 특별경기를 하고 있다. 2017.12.27. (사진=월간탁구 제공) photo@newsis.com

【대구=월간탁구/뉴시스】 현정화

단일팀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수긍하는 이들도 많다. 단 원칙과 절차를 투명하게 준수하고, 충분한 시간과 공정한 선수 선발, 여론 수렴이 수반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IOC 주재 남북 회담 참석을 위해 스위스 로잔으로 떠난 유승민(36)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은 앞서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나 또한 이 말을 항상 되새기며 활동한다. '최소한 선수단과 소통은 먼저 돼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을 경험한 현정화(49) 렛츠런 감독도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선수들에게) 무조건 양보를 하라고는 안 했으면 좋겠다. 어떤 차원이든 대화가 먼저 돼야 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위로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 한 경기가 되니까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주재 남북 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엔트리 확대 여부 등이 최종 결정된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