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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성범죄 눈감는 분위기 만연…피해자에 해고위협도

등록 2018.01.19 11: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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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성범죄 눈감는 분위기 만연…피해자에 해고위협도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국제연합(UN)이 내부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 분위기가 조성 돼 있다고 18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10개 이상 국가에서 근무한 유엔 전현직 직원 수십명을 인터뷰한 결과 "유엔이 성범죄 고발을 무시하고 가해자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인터뷰 대상자 중 15명은 지난 5년 안에 언어적 성희롱부터 강간까지 성희롱 및 성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7명은 공식적으로 기관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적절한 처벌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서 일할 당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경력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세 명의 여성은 각각 다른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해고 및 계약해지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가해자는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진 지역에서 일하면서 고위급 관리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은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나는 직업도 잃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의학적인 증거와 증인의 증언에도 유엔은 내부조사를 통해 내 주장을 뒷받침 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직업도 비자도 잃고 스트레스로 몇 개월 간 병원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가디언에 유엔 내부 감찰 기구에도 고위 관계자들의 세력이 뻗쳐 있기 때문에 고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죄가 입증된 가해자도 여전히 내부 수사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위직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 유엔 관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자원봉사자는 "내부 고발에 모든 용기를 낸다고 해도 내가 낸 용기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며 "친구와 동료들을 동원해 다시는 사무실에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위협을 보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한 피해자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고위 간부가 술자리에 초대해 자신을 성폭행한 뒤 추천서를 써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성희롱 및 성폭행에 대한 대가로 추천서 등의 경력 향상과 관련한 제안이 오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유엔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활동하는 평화유지군의 성폭력 혐의를 오랜 기간 침묵해 비난을 받았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가디언에 이처럼 각국 사무소에서 일상적으로 침묵하는 문화가 형성 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엔 직원들은 단순한 직장 뿐 아니라 취업 비자 및 학비 등 유엔에서 제공하는 혜택 때문에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유엔에서 발생한 범죄의 경우 조직의 국제적인 특성 상 구체적인 혐의와 관할권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유엔 고위 간부들은 외교적 면책 특권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해당 국가의 수사를 피할 수 있다.

 현재 유엔 내의 성범죄 발생 빈도에 대한 조사는 거의 없다. 최근 유엔에이즈(UNAIDs)의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427명의 응답자 중 약 10%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지만 이 중 2명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지역에서 평화유지업무를 담당하는 한 여성은 "유엔의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10년 전 성희롱을 당했고 가해자가 결국 징계를 받았지만 이같은 일이 오늘날에도 일어날 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하기를 바란다"며 "지옥을 통과하고 싶다면 지옥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한다는 조직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극악하다"며 "유엔은 위선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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