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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재학생들 '1987' 관람…"목숨 걸고 지켜준 자유 감사"

등록 2018.01.19 23: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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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재학생들 '1987' 관람…"목숨 걸고 지켜준 자유 감사"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영화를 안 본 게 아니고 못 봤습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내 아들 한열이가 좀 예쁜 얼굴로 영화에 나온다면 제가 제일 앞 의자에 앉아 있었을 겁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가 전경이 쏜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고 이한열(1966~1987)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무대로 나오자 관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19일 오후 7시 서울대 재학생들과 1987년도에 학교를 다녔던 선배 등 180여 명은 영화 '1987'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종로3가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14일 대학생 박종철 군이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해 사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을 다룬다. 또 이한열 최루탄 사망 사건과 6월 민주항쟁을 담고 있다.

 이날 재학생들의 영화 관람은 서울대 선배들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주요인물인 박군이 다녔던 서울대가 연결고리가 됐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영화관에 정적을 깬 건 이한열 열사 역할을 연기한 배우 강동원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박종철 사망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배우 김태리와 첫 만남씬에서는 관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고문 장면이 상영되자 재학생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한재동 교도관 역할을 맡은 배우 유해진이 전기고문을 당하는 장면, 박군을 연기한 여진구가 물고문 당하는 장면이 나오자 일부 학생들은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았다. 곳곳에서 깊은 탄식도 흘러나왔다.

 강동원이 "고문살인 자행하는 군부독재 몰아내자"고 외치다가 경찰에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자 관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시위대가 무참히 짓밟히는 장면,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채운 시위 인파가 애국가를 합창할 때까지 훌쩍임은 계속됐다.

 영화가 끝난 후 1987년 당시 군부독재에 맞서던 시민과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오자 극장 안은 무거운 기류가 감돌았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종철 열사 31주기인 14일 오후 박 열사가 고문을 받고 사망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실에서 시민이 박 열사를 추모하고 있다. 2018.01.1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종철 열사 31주기인 14일 오후 박 열사가 고문을 받고 사망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509호실에서 시민이 박 열사를 추모하고 있다. 2018.01.14. [email protected]



 영화 관람 후에는 박군의 형 박종부 씨가 단상에 섰다. 박씨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곳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학생들에게 청와대 국민청원을 부탁했다.

 배 여사는 "매년 6월이 되면 연세대 학생회관에 한열이 사진이 크게 걸린다"며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내 눈앞이 캄캄하다. 언제쯤 그냥 사진으로 볼 수 있을까 하면서 30년을 살았다"고 목메인듯 말했다. 그는 "박종철, 이한열을 잊지 않게 살도록 영화를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화 속 실존인물인 이부영 전 국회의원, 교도관 한재동 씨,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도 극장을 찾았다.

 영등포교도소에서 고문치사 사건을 세상에 알린 한 이 전 의원은 "서울대 나온 사람의 대표적인 사람으로 김기춘, 우병우가 뽑히는 게 부끄럽다"면서 "그런 사람이 서울대의 대표처럼 돼있는 걸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가 끝나자 한 서울대 학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뭉클했다"며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목숨을 걸면서 지켜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친구와 영화를 관람한 재학생 양모(25)씨는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하는 장면은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며 "영화를 보고 나니 어디까지가 사실인지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또 "영화 속 실존 인물들과 직접 만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즐거워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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