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남재준 前보좌관 "특활비 상납 지시, 치사하다 느껴"

등록 2018.01.19 15:54:1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밤샘 조사를 받은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11.0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밤샘 조사를 받은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11.09. [email protected]

남재준 전 정책특별보좌관 오모씨 증인 출석
"남 전 원장, 첫 전화 후 비서관들 농간 우려"
"남 전 원장도 부적절 행위라고 생각했을 것"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라고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취지의 내부자 증언이 나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뇌물수수 등 혐의 3차 공판에서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정책특별보좌관이었던 오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오씨는 청와대 자금 전달 지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검찰이 묻자 "2013년 5월 국정원 전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했던 날로 기억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산책을 하다 남 원장이 내게 '청와대 비서관에게 연락이 왔는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 특활비 일부를 보내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면서 비서관을 이야기하며 '아무리 형편없고 나쁜 놈들이라도 대통령 속이고 날 농락하는 짓은 않겠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씨는 "그런 대화 과정속에서 대통령에게 국정원장 특활비 일부를 떼서 보내는 게 대단히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본인(남 전 원장)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듣는 나도 일단 그렇게 생각했다"며 "물론 남 전 원장이나 저나 그 시점에서 불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당시 남 전 원장이 말한 비서관에 대해 "명확히 기억은 안 난다"면서 "다만 이후 몇 번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안 비서관이 연결해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서 (처음에도) 안 비서관이 전화로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전 원장 측은 지난달 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안봉근 전 비서관 의견에 따라 전달한 건 있지만 이헌수 전 기조실장, 이재만 전 비서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남 전 원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특수활동비 40억원 중 매월 5000만원을 현금으로 청와대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청와대에 넘어간 돈은 총 12회에 걸쳐 6억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남 전 원장 측 변호인은 당시 "5000만원은 본래 청와대 몫이라고 생각했다. 청와대의 국정원 운영·관리에 사용된다고 생각해 준 것이지 뇌물공여로 낸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오씨는 "그런 지시가 있다는 (남 전 원장) 말씀을 처음 들었을 떄 불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도 상당히 치사하다고 생각했다"며 "부하가 쓰도록 돼 있는 돈을 상관이 내가 좀 써야겠다는 형태의 지시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누구에게 말해도 될만큼 떳떳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창피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