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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④]쇼트트랙, 한국이 채굴할 노다지···신경전·역전의 묘미

등록 2018.01.23 0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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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④]쇼트트랙, 한국이 채굴할 노다지···신경전·역전의 묘미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효자 종목' 노릇을 하는 쇼트트랙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이 정식 명칭이다. 흔히 '스피드스케이팅'이라고 불리는 '롱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파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400m 트랙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쇼트트랙은 111.2m의 타원형 트랙을 달리며 실력을 겨룬다.

 두 명씩 레이스를 펼치는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지만, 쇼트트랙은 여러 명이 동시에 출발해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긴다.

 물론 쇼트트랙에도 스피드스케이팅과 마찬가지로 세계기록이 있다. 하지만 전략과 전술을 이용한 치열한 신경전과 몸싸움을 통해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쇼트트랙이 예선부터 결선까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유다. 한 차례 레이스를 펼쳐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는 스피드스케이팅과 차이점이다.

[평창·스포츠④]쇼트트랙, 한국이 채굴할 노다지···신경전·역전의 묘미

총성이 나기 무섭게 치고 나가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에서는 선수들이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출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느릿느릿한 출발은 치열한 신경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레이스 초반 몇 번째에 자리를 잡을지, 레이스 상황에 따라 언제 앞으로 치고 나갈지, 인코스 또는 아웃코스로 추월을 시도하는 상대를 어떻게 막을지 등 전략 싸움이 벌어진다. 레이스 막판에는 선수들이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짜릿한 승부를 연출한다.

 종목 특성상 상대를 견제하는 플레이와 기회 포착 능력, 경기운용 능력 등이 승부를 가르게 되는만큼 스케이팅 기술과 순발력은 필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체격이 크고 파워 면에서 앞서는 북유럽, 북아메리카 선수들과 비교해 작고 순발력이 더 나은 아시아 선수들이 쇼트트랙에서 강세를 보인다.

 한국은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과 그간 쌓아온 노하우, 체형의 이점을 앞세워 '쇼트트랙 강국'으로 군림해왔다.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전이경이 선보인 '날 들이밀기'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충돌 위험성을 줄이며 상대 선수를 제치는 아웃코스 추월 기법 등은 한국 지도자들이 고안한 기술이다.

[평창·스포츠④]쇼트트랙, 한국이 채굴할 노다지···신경전·역전의 묘미

쇼트트랙은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치러졌고,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당시 남자 1000m와 5000m 계주, 여자 500m와 3000m 계주 등 4개 종목을 선보였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남자 500m와 여자 1000m가 추가됐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남녀 1500m가 추가됐다.

 한국은 쇼트트랙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나온 144개의 메달 중 42개(금메달 21개·은메달 12개·동메달 9개)를 쓸어담았다. 금메달 48개 중 절반에 가까운 21개를 한국 선수가 따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기훈이 1000m, 남자 대표팀이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는 전이경이 2관왕(여자 1000m·3000m 계주)에 등극했고, 채지훈과 김기훈이 각 500m, 1000m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전이경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도 2관왕에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김동성이 1000m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대회에서 남자 대표팀은 '노메달'에 그쳤으나 여자 1500m에서 고기현,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 강국의 체면을 지켰다.

【강릉=신화/뉴시스】 강릉 아이스 아레나

【강릉=신화/뉴시스】 강릉 아이스 아레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안현수와 진선유가 나란히 3관왕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이 '노골드'에 그쳤으나 이정수가 1000m, 1500m 금메달을 수확해 2관왕에 올랐다.

 4년 뒤 소치 대회에서는 박승희가 여자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어 2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이상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평창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은 남녀 500m·1000m·1500m와 남자 5000m 계주, 여자 3000m 계주 등 8개 세부종목으로 치러진다.

 여자 대표팀의 '쌍두마차' 최민정(20·성남시청)과 심석희(21·한국체대)가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다만 심석희가 올림픽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치와 불화로 인해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한 것이 걱정거리다.

【강릉=신화/뉴시스】 강릉 아이스 아레나

【강릉=신화/뉴시스】 강릉 아이스 아레나

소치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며 체면을 구긴 남자 대표팀은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 등 새로운 얼굴을 앞세워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가장 주의할 것은 부상과 반칙이다. 몸싸움이 많은 쇼트트랙에서는 이변이 속출한다.관련된 실격 규정도 많다. 고의로 다른 선수의 주행을 방해하거나 밀 경우는 '임페딩' 반칙으로 실격한다. 부적절하게 코스를 가로질러 다른 선수의 주행에 피해를 줄 경우(크로스트랙 반칙)나 트랙을 나타내는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는 '오프트랙 반칙'도 실격으로 이어진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스케이트날이 들리거나 몸을 던지면 '키킹 아웃' 반칙이 선언된다.

 반칙이나 몸싸움 과정에서 피해를 본 선수는 탈락하더라도 어드밴티지 규정을 통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단 결승에서는 어드밴티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쇼트트랙에서 사용하는 스케이트는 스피드스케이팅용과 달리 날이 짧다. 뒤따르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뒷날의 끝이 둥글게 깎여있다. 또 곡선 주행이 쉽도록 왼쪽으로 날을 휘도록 만든다. 선수 개인의 특성과 주법에 따라 날을 휘는 각도나 날의 두께 등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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